따스한 오후는 더웠다. 제깐에 대단한 듯 으스대던 사람들을 다스리기에는 약간의 기온 변화 만으로도 충분했다. 어디 사람뿐이랴 어느 틈에 알아차린 미세한 땅의 갈라짐에 앞다투어 자기를 알아달라고 세상에 손짓을 해댄다. 어제 개나리였다면 오늘은 살구꽃이 나섰다. 조금 있으면 무지막지한 벚꽃이 마지막 봄의 재미를 장식하리라 4월 1일 이사를 하였다. 웬만한 것은 다 버리고 간다며 가볍게 새로 시작한다고 큰소리치고 나섰건만 새집에 짐이 밀려들어 오면서 멘붕이 왔다. 어느 틈에 숨어 있었는지도 모를 빈통들이 나뒹굴고 심지어 처음 보는 물건도 자기 자리를 찾아달라고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포장이사라 하여도 자리를 잡지 못한 짐 정리는 우리 몫이다. 덕분에 어제는 하루종일 짐 정리를 하였다. 그 와중에 아내가 애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