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 원명호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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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뱅크시(BANKSY) 처럼

기존의 관습을 깨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림이 있다. BANKSY(뱅크시)의 그림이다. 미리 파놓은 도안을 이용해 스텐실 기법으로 그리는 그의 작품은 그림이라기보다는 거리의 낙서와 포스터, 그 어디쯤에 놓여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데 눈길이 오래 머문다. 어제 아내와 '더현대 서울'에서 하고 있는 뱅크시 작품 전시회를 다녀왔다. 해설을 곁들인 오디오 가이드까지 신청했더니 작품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 등 그의 작품은 단순하다. 그런데 강렬하다. 몇 개의 선과 색, 그리고 짧은 메시지 만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날카롭게 건드린다. 단순한데 많은 것을 말한다. 그것이 더 좋았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뭔가를 설명하려면 장황스럽다. 거기에 자랑하고 싶은 경우 더욱 혼란스럽다. 사실 이제..

은퇴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아침이 상쾌하다.오늘은 헬스장으로 곧장 달려가기보다 주변 산책을 했다. '아침 힐링 클래식'이라는 첼로와 오보에 연주를 들으며 한발, 한발 발끝의 감각을 느껴본다. 여유를 챙긴 아침은 늘 이렇게 길다. 어제는 예전 삼성 SDI 해외 건설팀에서 파트너로 일했던 신재영 씨를 만났다. 그도 이제 정년퇴직을 했단다. 직장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이 가득했던 사람이다. 그렇게 수십 년을 달려온 그가 이제는 회사라는 울타리 밖으로 밀려 나온 것이다. 술잔을 기울이며 옛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의 모습에서 낯선 머뭇거림이 보였다. 매일 출근하던 사람이 갑자기 집에 머물러야 하는 삶. 회사에서 익숙했던 역할과 관계가 사라지고 이제는 아내와 함께하는 일상이 중심이 된 삶. 나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아내 말 잘 들어" 농담 처..

카테고리 없음 2026.08.27

말보다 먼저 한 발 내딛는 삶

어제 아내는 생일 파티로 외출 중이다. 그러면 나는 가끔 특식을 먹는다. 아내가 금기하는 음식, 라면이다. 평소에는 참았지만 오늘은 마음껏 끓여 먹었다. 먹고 나니 소화도 시킬 겸 그동안 눈에 걸렸던 집안일을 하나씩 시작했다. 거실 이중창 유리를 닦고, 스레기봉투를 내다 버렸다. 로봇청소기도 돌리고, 걸레받이에 올라앉은 먼지들을 찾았다니며 닦았다. 하 하나를 하면 또 하나가 보인다. 생각날 때 해야 한다. 그렇게 움직이다 보니 오늘 할 일을 꽤 많이 한 것 같다. 겨우 몸을 진정시키고 서재에서 노트북을 들고나와 거실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내려다보는 창밖의 거리는 여전히 뜨거워 보인다. 양산으로 가린 그림자도 그리 오래 시원해 보이지 않는다. 횡단보도의 사람들은 햇빛 가리게 그늘로 숨어들었고, 질주를 ..

카테고리 없음 2026.08.26

15년 살아온 사명문을 다시 썼다

/ 이제는 더 멀리 가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길을 천천히 걸으며 그 길에서 만나 것들을 가꾸고 나누는 시간이다. / 내가 회장으로 함께하고 있는 커뮤니티 '삶의안부'가 있다. 전자책 출판을 계기로 만난 사람들이 이제는 서로의 삶을 나누는 귀한 모임이 되었다. 비록 적은 인원이지만 비슷한 연배의 멤버들은 지금까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함께하고 있다. 더욱 반가운 소식도 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6개월 동안 모임에 참여하지 못했던 분이 9월 모임부터 다시 함께 하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회장으로서 참 뿌듯하다. 우리의 모임은 한 달 동안 아떻게 지냈는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시작한다. 그리고 각자의 삶을 나누며 다른 사람의 삶에 비친 나를 돌아보고, 다시 자신의 삶을 채워간다. 그래서 이번 9월 모임..

카테고리 없음 2026.08.24

'앙리 드 투룰즈 로트레크' 그림을 만났다

비가 쏟아지던 어제 오후, 아내와 공연장을 찾았다. 음악회라기보다는 유명 화가의 그림을 해설하며 음악과 노래, 춤을 곁들인 공연이었다. 이번 주인공은 현대 포스터와 그래픽 아트의 개척자로 불린다는 '앙리 드 투룰즈 로트레크'였다. 나에게는 낮선 화가다. 여는 전시회처럼 스쳐 지나는 그림으로 더우기 처음 만나는 화가였기에 그저 평범해 보였다. 아니, 평범하다기보다 뭔가 부족해 보이기 까지했다. 그런데 해설을 통하자 그제야 그림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상을 그리지 않는다. 다만 진실을 볼 뿐이다." 로트레크의 말이다. 그는 당시 사회에서 신체적 조건으로 아웃사이더로 살아야 했다. 그런 그는 술집 모퉁이에 앉아 눈에 비친 사람들을 미화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 마치 빠르게 스케치하듯 투박한..

카테고리 없음 2026.08.23

생각과 말과 행동이 같다는 것

약간의 움직임이 바스락 거리는 도서관이 오히려 집중을 잘하게 할 때가 있다. 모임에 조금 일찍 나왔기에 책 한권 꺼내 들었다. 제목이 '명료함'이다. 제목도 깔끔하다. 무얼까? 책은 리더의 역할과 조직의 운영에서 시작한다. 조직의 목적, 우선순위, 역할을 혼란 없이 이해하는 것. 군더더기 없는 완벽 이해한 소통으로 서로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하는 것. 명료함은 결국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강력한 힘 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기업의 리더보다 한 사람의 나 자신을 떠올렸다. 우리 안에는 여러 자아가 함께 살아간다. 게으른 자아, 불안한 자아, 열정적인 자아, 두려워하는 자아등 여러 자아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그중 가장 명료한 자아를 스스로 선택하고 ..

카테고리 없음 2026.08.21

울산 대왕암 파도처럼, 우리도 그렇게

동해안 바닷가에 섰다. 그것도 울산 앞바다, 대왕암 끝자락이다. 파도는 저 높이 어렴풋이 보이는 하늘의 지휘봉을 따라 리드미컬하게 춤을 춘다.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따가운 햇살을 가르며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 낸다. 아내와 함께 대왕암에 올라 마치 온 세상을 품은 듯 펼쳐진 바다 앞에서 지나온 세월을 씻어내고 가벼운 새 마음을 채우고 있다. 감동스럽다. 사실 울산에 온 이유는 별것 아니었다. 탈모 성지라는 모 의원에 약을 타러 가려던 참이었다. 미리 SRT를 예약해 두었는데 아내가 함께 가겠다고 나섰다. 이제는 웬만한 장거리 외출은 아내와 함께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내는 어느새 타투며 정든 애증의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오랜만에 SRT를 타고 소곤거리며 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자신 만만한..

카테고리 없음 2026.08.20

이제는 당신의 삶을 살아요

아내의 예순 번째 생일이다. 이름하여 환갑(還甲). 돌이켜보면 아내는 참 진지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무엇하나 대충 넘기지 않았고, 가족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애쓰고 노력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프뢰벨 가베 지도자로 아이들 인지 발달을 돕는 일을 했다. 이후에는 다문화가정을 직접 찾아가는 방문지도자로 활동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경기도지사 표창까지 받았다. 그러던 그녀가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들어서자 또 다른 결심을 했다.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결국 아이들과 함께 영어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일 년에 한두 번 미국으로 가보면 마음이 짠했다. 아내는 낯선 환경에서 공부와 아르바이트까지 ..

카테고리 없음 2026.08.18

지금 하던 것을 계속 하자

일요일 아침. 간밤에 내린 비로 촉촉해진 아파트 정원을 내려보며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다 읽다만 법문 스님의 즉문즉설 를 마저 펼쳤다. 책 속에는 각자의 삶에서 답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 고민을 쏟아낸다. 때로는 진리를 파고들고, 때로는 본성의 욕심을 되묻는다. 그런 질문에 스님은 의외로 간단하고도 명료한 답을 건넨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슬프면 눈물을 닦고, 멘붕이 오면 정신 차리고, 속상하면 털어내라. 그리고 그가 가리킨 곳은 하나였다. '지금 하던 것을 계속해라'. 그 말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내 삶을 돌아보았다.언제부턴가 마음이 혼란스러울때면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 생겼다. 운동을 하거나, 멀리까지 걷는다. 무엇이든 몸을 움직여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허전하고 복잡했던 마음이 평온해지는 경험..

카테고리 없음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