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 원명호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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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보내는 안부문자

추석날 아침이다.상을 차리려면 아직이다. 어제 늦게까지 음식 준비한 아내가 일어나면 부리나케 나가 함께 서두를 것이다. 명절마다 카톡 인사들을 나눈다. 대부분 모임방에서 건네는 일상의 안부로 존재감을 보이는 것들이다. 하지만 수년째 개인으로 오는 문자 안부들이 있다. 오래전 인연으로 지금도 이어온 투박한 문자 안부. 몇몇 사람이지만 꽤 오래 이어지다 보니 느낌도 남다르다. 회사에서 연이 닿은 어느 사장님, 학원을 운영하며 알게 된 옆 학원 실장님, 오랫동안 함께해 온 친구, 회사를 경영하며 함께했던 후배. 뭐 이 정도인 것 같다. 그럼 내가 먼저 보내는 문자 안부는 있는가? 별로 기억이 안난다. 조용한 아침. 곰곰이 생각나는 대로 몇 자 적어 보낸다. '추석입니다. 풍요로움이 깃든 가을의 아침.마..

카테고리 없음 2026.09.25

아는 만큼 보이고, 가치만큼 나아간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했다. 어제 극장에서 막을 내리고 있는 '오디세이'를 IMAX로 보고 왔다. 기원전 8세기경 호르메스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서사시 .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수많은 유혹과 시련을 견디며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영화 속에서 펼쳐진다. 영화를 보기 전, 설민석의 유튜브 강의를 찾아 보기를 참 잘햿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 지식이 없었더라면 복잡한 영화 내용을 쫒느라 뒤죽박죽 앞뒤를 맞추느라 급급했을 테고, 정작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호르메스 연구가인 강대진 연구가는 원래도 오디세이아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해석되고 변주되어왔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카테고리 없음 2026.09.22

여기서는 이래도 된다

추석을 앞두고 고향 선산을 찾았다. 선산 입구에는 언제 생겼는지 작은 커피숍 하나가 들어서 있다. 이름도 정겹게 '사교리'다. 위치도 예쁘고 귀여웠다. 삭막했던 곳에 그래도 하나둘 사람의 발걸음이 이어지니 반갑다. 선산을 오르는 길은 벌초가 되어있어 한결 넉넉하게 걸을 수 있었다. 호흡이 조금 가빠질 즈음 고개를 넘었다. 그런데 길가에 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언제 이곳에 밤나무가 있었지?' 갸우뚱거리며 작은 나뭇가지를 벌리고 들어서려는데 거미줄하나가 앞을 가로막는다. 누군가의 침입을 막기라도 하려는 듯 제법 큼지막하게 쳐 놓았다. 오랜만에 찿아온 할아버지, 할머니묘에 인사드리고 한참을 어머니 묘 앞에 앉아 있었다. 문득 김상현의 옛시조가 떠올랐다. 인걸은 어데가고 무덤만 뫼셔나니천지는 의젓하되 ..

카테고리 없음 2026.09.21

단순하지만 강하게 살아가자

피아노와 첼로의 아름다운 선율을 들으며 바라본 칸딘스키의 이 내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엊그제 아트리움에서 칸딘스키의 그림과 공연을 감상했다. 점, 선, 면. 가장 단순함으로 가장 큰 감동을 일으킨 역설. 역시 바우하우스의 칸딘스키다. 단순하게 그리고 강하게. 그의 작품을 바라보며 문득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도 이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하게 생각하고 많은 것을 가지려 하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꾸준히 가꾸며 살아가는 것. 단순하지만 힘 있게 살아가는 것. 공연이 끝난 뒤에는 세진네와 백운호숫가 '레이크502'라는 낭만의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삶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랜 미국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았는데, 세진이는 벌써 아마추어 성악과 연극, 봉사..

카테고리 없음 2026.09.18

날씨 좋고, 분위기 좋고, 사람도 좋다.

날씨 좋고, 분위기 좋고, 사람도 좋다.집에 있으면 뭐 하냐는 아내의 단순한 질문에 요즘 나들이가 계속 이어진다. 엊그제는 갑자기 선택된 안성 '박두진문학길'을 걸었다. 금광호숫가를 따라 호젓하게 펼쳐진 풍광이 참 좋다. 월요일이라 사람도 많지 않았다. 쾌적한 날씨에 걷다 보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산모퉁이 돌아 하늘전망대까지 오르니 온몸을 씻어내는 듯한 시원함에 가슴까지 뻥 뚫린다. '역서 걸음을 멈출 것인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 무렵 아내의 정보력이 다시 빛을 발한다. 이번에는 '수국동산'이다. 산 전체를 뒤덮은 수국의 향연에 그저 입이 떡 벌어졌다. 어디 가서 수국을 봤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이런 곳이 있었다니 뜻밖의 장관에 감탄하며 또 한 번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서울 '운경..

카테고리 없음 2026.09.16

빠져들 것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인문학을 좋아하고 글도 잘 쓰는 고향 친구 김응규와 약속한 금요일. 봉담의 어느 코다리집으로 찾아갔다. 식당에 도착하니 마침 친구도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서로를 보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사실 우리는 어릴적 추억이 많은 사이는 아니다. 서로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잘 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사이였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그의 소식을 듣게 되었고, 가끔 그가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펼칠 때면 남다른 깊아가 느껴졌다. 어릴 적 시골에서 어렵게 살아 자수성가한 그의 삶을 생각하면 지금의 그를 만든 힘 가운데 하나가 독서를 통한 그의 인문학 소양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식당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자리에 앉자 반갑게 서로의 근황을 나누었다. 아직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60이 넘은 사람이 조직 ..

카테고리 없음 2026.09.14

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서울이 이렇게나 아름다웠나?""서울이 이렇게 볼 것이 많았나?" 어젯밤 아내와 서울 거리를 걸으며 나눈 말이다. 요즘 아내와 서울 나들이가 잦아졌다. 어제는 부암동 자락을 거닐고 미리 예약해 둔 경복궁 야간 관람까지 했다. 궁궐을 나와 서울의 밤거리를 다시 걸었다. 그런데 문득 서울이 새롭게 보였다 예전에 수없이 다녔던 곳이데 말이다. 명동이나 남대문 같은 특정 지역뿐 아니라 거리 곳곳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경복궁 야간 관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있는 매표소 긴 줄을 보며 미리 예약을 해둔터라 일찍 들어갈 수 있었다. 미로처럼 빼곡한 전각과 문들을 따라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마치 내 앞마당이라도 되는 것처럼 궁궐 곳곳을 누볐다. 그러다 어느문을 지나자 마주한 경회루. 저..

카테고리 없음 2026.09.12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엊그제 헬스장에서 몸을 풀다가 옆구리를 접질렸다. 예전에 PT를 받으며 배웠던 골반 비대칭 교정운동을 하던 중이었다. 나이에 맞게 적당히 했어야 하는데, 뭔가를 봤다. 따라 하다 무리한 자세를 취했던 모양이다. 하루 종일 불편한 옆구리를 짚고 다닌다. 역시 운동도 올바른 자세로, 내 몸에 맞게, 적당히 해야 한다. 무리하지 말자. 그런데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래 시도는 해야 한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이런 일도 생기지 않겠지만, 몸이 좋아지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삶도 마찬가지다. 어제는 세진네와 함께 멀리까지 가서 화성시 오케스트라 특별연주회를 보고 왔다. 작은 극장이라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웠다. 40여 명의 연주자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뿐만..

카테고리 없음 2026.09.10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반성이 아니라 회고(回顧)다.

사는 게 바쁘고, 사는 게 아쉽고, 사는 게 힘들다. 사실 그렇다. 앞으로의 남은 삶을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더욱 그렇다. 아직 오지않은 내일을 생각하고, 앞으로 닥칠 일을 걱정하고,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보낸다. 그런데 지나온 삶을 가만히 돌아보면 조금 다르다. 그때도 힘들었고, 그때도 막막했다. 하지만 결국 어떻게든 지나왔다. 분명한 것은 미리 걱정했기 때문에 이겨낸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마주한 현실과 부딪히며 살아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솔직한 모습인지도 모른겠다. 살면서 자기 계발을 통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 가운데 하나가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 말라." 참 많이 들었고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알고 있는 것과 그렇게 사..

카테고리 없음 2026.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