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 원명호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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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고별식 초대장

인간이 삶에 무의함을 깨닫게 되는 이유는 인간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페테르 베셀이 라는 책에서 말했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인간이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은, 그렇게 많이 가졌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때인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은 언제 일까. 아마 몰라도 죽음을 앞둔 어느 즈음 아닐까. 어제 '삶의안부' 두 분이 참여하고 계신 '웰다잉' 수업에서 수업의 일환으로 생전고별식을 한다며 초대장을 보내왔다. "세상을 떠난 뒤에는 여러분들과 눈을 맞추며 그간의 따뜻한 추억과 감사를 전할 수 없기에, 건강할 때 미리 안부를 나누고자 소박한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초대장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참 의미있는 행사를 한다고 본다. 죽은 뒤에 하는 장례식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서로의 눈을 바..

카테고리 없음 2026.09.29

명절 후유증이 준 깨닫음

자라투스트라는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다. "네가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졌느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네가 무엇을 위해 자유로워졌는가 다." 니체가 던지는 자유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가 흔히 일에서 벗어나고, 의무에서 벗어나고, 구속에서 벗어나는 것을 자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할까. 무엇으로부터 벗어났는가 보다, 무엇을 향해 자유로워졌는 가가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지금 내게 주어진 자유로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엇을 하려는가? 명절이 지나고 혼란스러운 머리가 외골수로 향하고 있다.오늘도 늘 그렇듯 운동을 마치고 맑은 정신으로 오후 햇살의 따스한 볕을 받으며 서제에 앉아 니체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바라보는 것..

카테고리 없음 2026.09.27

추석날 보내는 안부문자

추석날 아침이다.상을 차리려면 아직이다. 어제 늦게까지 음식 준비한 아내가 일어나면 부리나케 나가 함께 서두를 것이다. 명절마다 카톡 인사들을 나눈다. 대부분 모임방에서 건네는 일상의 안부로 존재감을 보이는 것들이다. 하지만 수년째 개인으로 오는 문자 안부들이 있다. 오래전 인연으로 지금도 이어온 투박한 문자 안부. 몇몇 사람이지만 꽤 오래 이어지다 보니 느낌도 남다르다. 회사에서 연이 닿은 어느 사장님, 학원을 운영하며 알게 된 옆 학원 실장님, 오랫동안 함께해 온 친구, 회사를 경영하며 함께했던 후배. 뭐 이 정도인 것 같다. 그럼 내가 먼저 보내는 문자 안부는 있는가? 별로 기억이 안난다. 조용한 아침. 곰곰이 생각나는 대로 몇 자 적어 보낸다. '추석입니다. 풍요로움이 깃든 가을의 아침.마..

카테고리 없음 2026.09.25

아는 만큼 보이고, 가치만큼 나아간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했다. 어제 극장에서 막을 내리고 있는 '오디세이'를 IMAX로 보고 왔다. 기원전 8세기경 호르메스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서사시 .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수많은 유혹과 시련을 견디며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영화 속에서 펼쳐진다. 영화를 보기 전, 설민석의 유튜브 강의를 찾아 보기를 참 잘햿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 지식이 없었더라면 복잡한 영화 내용을 쫒느라 뒤죽박죽 앞뒤를 맞추느라 급급했을 테고, 정작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호르메스 연구가인 강대진 연구가는 원래도 오디세이아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해석되고 변주되어왔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카테고리 없음 2026.09.22

여기서는 이래도 된다

추석을 앞두고 고향 선산을 찾았다. 선산 입구에는 언제 생겼는지 작은 커피숍 하나가 들어서 있다. 이름도 정겹게 '사교리'다. 위치도 예쁘고 귀여웠다. 삭막했던 곳에 그래도 하나둘 사람의 발걸음이 이어지니 반갑다. 선산을 오르는 길은 벌초가 되어있어 한결 넉넉하게 걸을 수 있었다. 호흡이 조금 가빠질 즈음 고개를 넘었다. 그런데 길가에 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언제 이곳에 밤나무가 있었지?' 갸우뚱거리며 작은 나뭇가지를 벌리고 들어서려는데 거미줄하나가 앞을 가로막는다. 누군가의 침입을 막기라도 하려는 듯 제법 큼지막하게 쳐 놓았다. 오랜만에 찿아온 할아버지, 할머니묘에 인사드리고 한참을 어머니 묘 앞에 앉아 있었다. 문득 김상현의 옛시조가 떠올랐다. 인걸은 어데가고 무덤만 뫼셔나니천지는 의젓하되 ..

카테고리 없음 2026.09.21

단순하지만 강하게 살아가자

피아노와 첼로의 아름다운 선율을 들으며 바라본 칸딘스키의 이 내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엊그제 아트리움에서 칸딘스키의 그림과 공연을 감상했다. 점, 선, 면. 가장 단순함으로 가장 큰 감동을 일으킨 역설. 역시 바우하우스의 칸딘스키다. 단순하게 그리고 강하게. 그의 작품을 바라보며 문득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도 이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하게 생각하고 많은 것을 가지려 하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꾸준히 가꾸며 살아가는 것. 단순하지만 힘 있게 살아가는 것. 공연이 끝난 뒤에는 세진네와 백운호숫가 '레이크502'라는 낭만의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삶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랜 미국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았는데, 세진이는 벌써 아마추어 성악과 연극, 봉사..

카테고리 없음 2026.09.18

날씨 좋고, 분위기 좋고, 사람도 좋다.

날씨 좋고, 분위기 좋고, 사람도 좋다.집에 있으면 뭐 하냐는 아내의 단순한 질문에 요즘 나들이가 계속 이어진다. 엊그제는 갑자기 선택된 안성 '박두진문학길'을 걸었다. 금광호숫가를 따라 호젓하게 펼쳐진 풍광이 참 좋다. 월요일이라 사람도 많지 않았다. 쾌적한 날씨에 걷다 보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산모퉁이 돌아 하늘전망대까지 오르니 온몸을 씻어내는 듯한 시원함에 가슴까지 뻥 뚫린다. '역서 걸음을 멈출 것인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 무렵 아내의 정보력이 다시 빛을 발한다. 이번에는 '수국동산'이다. 산 전체를 뒤덮은 수국의 향연에 그저 입이 떡 벌어졌다. 어디 가서 수국을 봤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이런 곳이 있었다니 뜻밖의 장관에 감탄하며 또 한 번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서울 '운경..

카테고리 없음 2026.09.16

빠져들 것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인문학을 좋아하고 글도 잘 쓰는 고향 친구 김응규와 약속한 금요일. 봉담의 어느 코다리집으로 찾아갔다. 식당에 도착하니 마침 친구도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서로를 보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사실 우리는 어릴적 추억이 많은 사이는 아니다. 서로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잘 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사이였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그의 소식을 듣게 되었고, 가끔 그가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펼칠 때면 남다른 깊아가 느껴졌다. 어릴 적 시골에서 어렵게 살아 자수성가한 그의 삶을 생각하면 지금의 그를 만든 힘 가운데 하나가 독서를 통한 그의 인문학 소양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식당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자리에 앉자 반갑게 서로의 근황을 나누었다. 아직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60이 넘은 사람이 조직 ..

카테고리 없음 2026.09.14

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서울이 이렇게나 아름다웠나?""서울이 이렇게 볼 것이 많았나?" 어젯밤 아내와 서울 거리를 걸으며 나눈 말이다. 요즘 아내와 서울 나들이가 잦아졌다. 어제는 부암동 자락을 거닐고 미리 예약해 둔 경복궁 야간 관람까지 했다. 궁궐을 나와 서울의 밤거리를 다시 걸었다. 그런데 문득 서울이 새롭게 보였다 예전에 수없이 다녔던 곳이데 말이다. 명동이나 남대문 같은 특정 지역뿐 아니라 거리 곳곳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경복궁 야간 관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있는 매표소 긴 줄을 보며 미리 예약을 해둔터라 일찍 들어갈 수 있었다. 미로처럼 빼곡한 전각과 문들을 따라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마치 내 앞마당이라도 되는 것처럼 궁궐 곳곳을 누볐다. 그러다 어느문을 지나자 마주한 경회루. 저..

카테고리 없음 2026.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