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 원명호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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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적극적으로 하자

새벽을 일찍 맞았다. 아침 6시, 어둑한 헬스장 문이 열리자마자 운동을 시작했다. 오늘은 아내가 친구 어머니의 장례식에 조문하러 강릉에 가는 날이다. 터미널까지 배웅하고 나는 병원에 들러 약을 타야 한다. 오후에는 내일 아침에 출발하는 일본 나고야 여행 준비도 해야 하기에 하루의 일정을 앞당겼다. 서둘러 움직인 덕분일까. 방 정리까지 모두 마친 지금은 한가롭게 첼로소리에 마음을 내려놓고 있다. 낮게 흐르는 첼로 소리는 나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마치 스피커의 울림판처럼 그 진동이 살갗을 타고 전해진다. 이내 소리의 파장이 공명되며 혼탁했던 머리가 제자리를 찾아 무게감 있게 안정된다. 움직일 때는 움직이고, 쉴때는 이렇게 온전히 쉬는 것. 이 또한 내가 좋아하는 삶의 리듬이다. 병원에서 뜻밖의 반가..

카테고리 없음 2026.10.26

삶의 기본값이 고통이라면

잔뜩 찌푸린 하늘이 더욱 무겁게 내려앉은 주말이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니 오늘따라 뭔가 진지해지고 싶다.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예전 글들을 뒤적였다. 그러다 들어온 문장 하나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다' 밑줄까지 그어놓은 것을 보니 당시에도 꽤 강하게 마음이 와닿았던 보양이다. 쇼팬하우어라는 신뢰의 출처도 같이 있다. 그러고 보니 소위 자기계발 또는 뭔가 열정적인 삶을 이야기하는 강연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삶이 고통스럽다는 뜻을 담은 말은 참 많다. '인생은 고통이 보편상수다', '세상은 눈물 골짜기', 불교에서는 '일체개고(一切皆苦)'라 하고, 성경 욥기에는 인간이 고생을 위해 태어난 것 처럼 말하는 구절도 있다고 한다. '사람은 고생을 위하여 태어났으니 불티가 위로 날아..

카테고리 없음 2026.10.24

자존심과 자존감, 그 위에 공감

어제는 아버님을 뵈러 고향에 다녀왔다. 고향집 앞마당에 서 있는 에어컨 실외기를 비닐로 덮어 묶어놓고, 재활용 쓰레기도 내다 버렸다. 아버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말동무를 해드린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일부러 국도를 택했다. 미리 점찍어 두었던 '정선가리왕산케이블'을 타고 올라가 가을 풍경을 만끽했다. 늦은 오후에는 파장 무렵의 정선장에 들러 부침개도 먹고, 이것저것 장 구경도 했다. 그날은 자존심과 자존감 그리고 공감을 깨우쳐 보는 날이었다. 시골 장터는 장날이 아니면 한산하다. 국밥 한 그릇을 먹고 과일 몇 알 고르려 한산한 과일가게 앞을 어슬렁 거리다 큼지막한 단감이 눈에 들어왔다. 투박한 박스를 찢어 걸친 종이에 '8개에 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4개씩 따로 싸 줄 수 있나요?"뭔가의..

카테고리 없음 2026.10.23

마음을 내려 놓는다는 것

은퇴 후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아마도 '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가 아닐까. 도대체 무슨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것일까.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주어도 목적어도 불분명하다. 하지만 대략 살아온 눈치로 짐작해 보면, 더 이상 기대를 하지 말고 지금의 수준을 만족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추스르려고 한다. 또 그래야만 건강하다고들 했다. 그런데 정말 마음을 내려 놓는다는것은 그런 의미일까? 요즘 연일 곤두박질치는 주식창을 바라보며 마음이 편치 않다. 그때 팔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한다며 마음앓이를 한다. 이제는 아예 주식창을 들여다보는 것조차 겁난다. 소위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긴 세월의 주가 그래프를 가리키며 여유를 갖고 기다리라고 하지만 어디 그게 그렇게 쉬운가. 두려움은 또 다른 두려움을 불..

카테고리 없음 2026.10.21

루틴은 몸을 만들고, 기록은 삶을 바꾼다

"종종 있지 않습니까. 책을 읽다 보면 특별한 것도 없는 장면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이 떠오르는 순간 말입니다' _ 어제 오전, 평소의 루틴을 마치고, 자동차 보험 갱신을 하고, 다음 주 아내와 떠날 나고야 2박3일 여행의 항공권 구매까지 마치고 나니 하루를 다 살아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 무엇을 할까? 거실에서 여행 유튜브를 보고 있던 아내에게 밖으로 나가자는 눈짓을 보냈다. 아내는 도서관으로 가자고 한다. 무작정 차에 올랐다. 네비에 '도서관을 찾아줘' 말하기 무섭게 도서관 리스트가 흐른다. 그중 눈에 들어온 곳은 '동탄중앙도서관'. 오늘은 너에게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곳 주차장이 좁아 주차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빈자리가 있었다. 운수 좋은 날이..

카테고리 없음 2026.10.20

무형계급의 시대, 은퇴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유발하라리는 앞으로의 대다수 인간이 경제적, 정치적 가치를 잃고 사회 시스템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밀려날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그가 말한 무용계급(The Useless class) 말이다. 어쩌면 그 미래를 마주할 우리 은퇴자들이 삶을 논하는 자리가 있었다. 엊그제 고 전무의 집에서였다. 좋은 앰프와 스피커가 있다기에 그 소리나 한번 들어보자는 핑계로, 와인 한 병씩 챙겨 들고 겁 없이 남의 집을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가족들이 외출한 오전 11시부터 음악을 들으며 고 전무, 이 전무와 와인 잔을 기울였다. 오가던 대화는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삶으로 흘러간다. 와인 탓이었을까, 비틀어진 이야기는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요양원 이야기가 나오더니 급기야 너무 멀리 날아 가을 낙엽처럼 무게를 잃어버렸다. 그러..

카테고리 없음 2026.10.17

너도 그렇고 나도 그럴텐데

새벽 5시 30분.문득, 캄캄한 창밖을 보고 놀란다. 해는 아직 먼 뒷동네에서 올라올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만큼 해가 멀어진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한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계절은 어느새 가을로 쏜살같이 접어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몸에 밴 루틴은 일어나라 재촉하고 버팅겨 일어나 유산균 한 알 입에 넣고는 책상 앞에 앉았다. 조금 있으면 운동하러 나서야 하기에, 잠시 어제 일을 떠올리며 몇 자를 끄적이기 시작한다. 어제는 여유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신경이 곤두섰던 날이다. 엊그제 골프 후유증으로 찌릿거리는 왼 팔꿈치를 풀어주려 아침을 먹고는 찜질방으로 갔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다. 둥근 항아리 모양의 열기품 속으로 들어가 앉았다. 이곳에 들어오면 언제나 도인이 된 듯 눈감고 생각을 멈춘..

카테고리 없음 2026.10.15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자

매일 보는 것이라도, 자주 걷는 길이라도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 새롭고 신선하다. 어쩌면 이것이 삶을 즐겁게 살아가는 비결인지도 모르겠다. 어제는 자동차 엔진오일과 신차 정비를 받으러 아내와 함께 광주 오포 정비소에 다녀왔다. 예약이 늦었던 탓에 가까운 곳에서 빈자리가 없어 그곳까지 가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좋다. 어차피 나서는 길이라면 즐거운 외출로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주변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맛집도 찾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자동차 정비를 받고 근처에 있는 '슈사' 카페에 들렸다. 특별히 나무랄 데 없는 카페였다. 그곳에서 잠시 여유를 즐기고 즉석에서 검색된 수지의 '마가훠거양고기'라는 식당으로 향했다. 분위기도, 음식도, 한국말을 모르는 중국종업원들의 모습도 새롭게 다가왔..

카테고리 없음 2026.10.14

머뭇거리지 말자, 용기를 내자

코로나가 끝나갈 무렵 고개를 내민 AI. 처음에는 그저 잠깐 타오르다 사라질 잔불인 줄 알았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거대한 불덩이가 휩쓸고 지나간 듯 달라지고 있다. 잔불이 아니었다. 소위 산업혁명에 비견될 만큼 큰 문명의 전환이라고 까지 했다. 이제는 AI를 빼놓고는 일상도, 일도, 미래도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멈칫멈칫 우물쭈물하는 태도는 통하지 않는다. 왕년이라는 꼰대짓도 통하지 않는다. 누구나 배우고, 직접 해보고, 스스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독자생존의 시대다. AI를 거느리고 사는 모두가 전문가고 모두가 실무자다. 가만히 보니 은퇴를 했으니 망정이지 큰일 날뻔했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이제 또 남은 인생을 살아가려니 나 역시 AI를 품고, 제대로 하..

카테고리 없음 202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