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 원명호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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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내려 놓는다는 것

은퇴 후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아마도 '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가 아닐까. 도대체 무슨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것일까.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주어도 목적어도 불분명하다. 하지만 대략 살아온 눈치로 짐작해 보면, 더 이상 기대를 하지 말고 지금의 수준을 만족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추스르려고 한다. 또 그래야만 건강하다고들 했다. 그런데 정말 마음을 내려 놓는다는것은 그런 의미일까? 요즘 연일 곤두박질치는 주식창을 바라보며 마음이 편치 않다. 그때 팔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한다며 마음앓이를 한다. 이제는 아예 주식창을 들여다보는 것조차 겁난다. 소위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긴 세월의 주가 그래프를 가리키며 여유를 갖고 기다리라고 하지만 어디 그게 그렇게 쉬운가. 두려움은 또 다른 두려움을 불..

루틴은 몸을 만들고, 기록은 삶을 바꾼다

"종종 있지 않습니까. 책을 읽다 보면 특별한 것도 없는 장면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이 떠오르는 순간 말입니다' _ 어제 오전, 평소의 루틴을 마치고, 자동차 보험 갱신을 하고, 다음 주 아내와 떠날 나고야 2박3일 여행의 항공권 구매까지 마치고 나니 하루를 다 살아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 무엇을 할까? 거실에서 여행 유튜브를 보고 있던 아내에게 밖으로 나가자는 눈짓을 보냈다. 아내는 도서관으로 가자고 한다. 무작정 차에 올랐다. 네비에 '도서관을 찾아줘' 말하기 무섭게 도서관 리스트가 흐른다. 그중 눈에 들어온 곳은 '동탄중앙도서관'. 오늘은 너에게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곳 주차장이 좁아 주차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빈자리가 있었다. 운수 좋은 날이..

카테고리 없음 2026.10.20

무형계급의 시대, 은퇴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유발하라리는 앞으로의 대다수 인간이 경제적, 정치적 가치를 잃고 사회 시스템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밀려날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그가 말한 무용계급(The Useless class) 말이다. 어쩌면 그 미래를 마주할 우리 은퇴자들이 삶을 논하는 자리가 있었다. 엊그제 고 전무의 집에서였다. 좋은 앰프와 스피커가 있다기에 그 소리나 한번 들어보자는 핑계로, 와인 한 병씩 챙겨 들고 겁 없이 남의 집을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가족들이 외출한 오전 11시부터 음악을 들으며 고 전무, 이 전무와 와인 잔을 기울였다. 오가던 대화는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삶으로 흘러간다. 와인 탓이었을까, 비틀어진 이야기는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요양원 이야기가 나오더니 급기야 너무 멀리 날아 가을 낙엽처럼 무게를 잃어버렸다. 그러..

카테고리 없음 2026.10.17

너도 그렇고 나도 그럴텐데

새벽 5시 30분.문득, 캄캄한 창밖을 보고 놀란다. 해는 아직 먼 뒷동네에서 올라올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만큼 해가 멀어진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한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계절은 어느새 가을로 쏜살같이 접어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몸에 밴 루틴은 일어나라 재촉하고 버팅겨 일어나 유산균 한 알 입에 넣고는 책상 앞에 앉았다. 조금 있으면 운동하러 나서야 하기에, 잠시 어제 일을 떠올리며 몇 자를 끄적이기 시작한다. 어제는 여유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신경이 곤두섰던 날이다. 엊그제 골프 후유증으로 찌릿거리는 왼 팔꿈치를 풀어주려 아침을 먹고는 찜질방으로 갔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다. 둥근 항아리 모양의 열기품 속으로 들어가 앉았다. 이곳에 들어오면 언제나 도인이 된 듯 눈감고 생각을 멈춘..

카테고리 없음 2026.10.15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자

매일 보는 것이라도, 자주 걷는 길이라도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 새롭고 신선하다. 어쩌면 이것이 삶을 즐겁게 살아가는 비결인지도 모르겠다. 어제는 자동차 엔진오일과 신차 정비를 받으러 아내와 함께 광주 오포 정비소에 다녀왔다. 예약이 늦었던 탓에 가까운 곳에서 빈자리가 없어 그곳까지 가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좋다. 어차피 나서는 길이라면 즐거운 외출로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주변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맛집도 찾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자동차 정비를 받고 근처에 있는 '슈사' 카페에 들렸다. 특별히 나무랄 데 없는 카페였다. 그곳에서 잠시 여유를 즐기고 즉석에서 검색된 수지의 '마가훠거양고기'라는 식당으로 향했다. 분위기도, 음식도, 한국말을 모르는 중국종업원들의 모습도 새롭게 다가왔..

카테고리 없음 2026.10.14

머뭇거리지 말자, 용기를 내자

코로나가 끝나갈 무렵 고개를 내민 AI. 처음에는 그저 잠깐 타오르다 사라질 잔불인 줄 알았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거대한 불덩이가 휩쓸고 지나간 듯 달라지고 있다. 잔불이 아니었다. 소위 산업혁명에 비견될 만큼 큰 문명의 전환이라고 까지 했다. 이제는 AI를 빼놓고는 일상도, 일도, 미래도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멈칫멈칫 우물쭈물하는 태도는 통하지 않는다. 왕년이라는 꼰대짓도 통하지 않는다. 누구나 배우고, 직접 해보고, 스스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독자생존의 시대다. AI를 거느리고 사는 모두가 전문가고 모두가 실무자다. 가만히 보니 은퇴를 했으니 망정이지 큰일 날뻔했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이제 또 남은 인생을 살아가려니 나 역시 AI를 품고, 제대로 하..

카테고리 없음 2026.10.10

삶을 만드는 사람들

인생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늘 그럴 것이다. - 안나 모지스 어제 오전에는 추석을 쇠러 중국애서 오신 HPI 사장님이 찾아오셔서 함께 점심을 나누었다. 오랜만에 마주 앉아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다 보니, 언제나 활기차 보이는 그의 삶이 새삼 다시 궁금하였다. 우문에 현답을 해주신다. 한참 때 그 누구보다 뛰어난 인재였다. 삼성 해외 지역전문가로 선발되어 두 지역에서 어학연수까지 하며 회사의 글로벌 개척에 큰 역할을 했다. 이후에는 경영지도사로 활동했고, 다시 더 큰 뜻을 펼치기 위해 하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개인 사업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하셨다. 그런데 지금도 왕성하다. 지금도 그토록 열심인 이유가 무엇일까?. 그의 삶이 어려워서일까?.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큰 부를 누..

카테고리 없음 2026.10.08

삶이 권태롭다고 했던가

아침 운동을 마치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니 활력이 넘친다. 슬며시 아파트 연습장으로 내려가 스윙으로 몸을 달래고 올라온다. 창밖의 가을처럼 마음도 청명하다. 엊그제 이야기했던 '권태의 사회'를 다시 찬찬히 생각해 본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역설적으로 뒤집어서도 본다. 우리의 삶이 허무하다고 했던가, 재미 없다고도 했던가. 그래서 심심하게 살아보자고 했던가. 그런데, 말이 안 된다. 이토록 깨끗하고 화창한 가을 하늘과 바람을 두고, 그저 심심하게 보낸다니. 남은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 누구는 그랬다. 시간이 빠르다고 나이를 먹을 수록 더 빠르게 지나간다고 했다. 그런데 세네카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은 짧지 않다. 우리가 낭비하고 있을 뿐이다." 같은 시간을 두고 바라보는 방향이 이렇게 다르다. 지..

카테고리 없음 2026.10.06

나만 그런줄 알았다.

정보는 넘쳐나고 할 일도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무료하다. 무언가 부족한 것 같고, 때로는 허무하기까지 하다. 나만 그런 줄 일았다. 가끔 내가 쓴 일기를 다시 읽어보면 이런 감정들이 곳곳에 묻어있다. 바쁘게 살고 있는데도 마음은 심심하고, 할 일이 많은데도 삶이 무료하다. 그런데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최근에 발표된 가 뽑은 첫 번째 키워드가 '권태의 사회'라 명명하였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바쁘고 복잡하게 살아가는데도 정작 삶은 단조롭고 재미없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정보와 자극은 넘친다. AI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면서 시간까지 줄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삶은 더 재미없어졌다. 시간이 압축되고 속도는 빨라졌다. 그러다 보니 삶의 결과에 대한 기대도 급하고 높아지고 있..

카테고리 없음 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