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가장 큰 비극은
거창한 실패가 아니라
나이 오십, 육십이 되어서도
여전히 남의 눈치를 보며
내 마음의 평화를 양보하는 것이다. - 버트런드 러셀
선거의 광풍이 휘몰아치더니 이제는 그 결과를 두고 저마다 손익계산에 바쁘다. 힘 있는 자에게 기대어 타인의 의지로 나선 사람은 외면받고, 자신의 얼굴과 마음으로 나선 사람은 선택받았다.
우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선택받는 삶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마음의 평화란 잔잔한 호수처럼 아무런 파문도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는 흔들리고 일렁여도 중심을 잃지 않는 평온, 삶의 균형을 지켜내는 담담한 힘이다. 그것은 결국 스스로를 존중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존감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실있는 일상과 자족의 힘이 필요하다. 때로는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고독도 기꺼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여건이 좋아도 마음이 흔들리면 평화를 잃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어도 주변상황이 복잡하면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소시민이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지켜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새벽 4시의 성찰을 가꿔왔다. 몇 해 전 은퇴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운동과 독서, 산책 그리고 고독의 탐구를 통해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그렇게 일상을 다듬고 자신을 돌보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자존감을 키우고, 마음의 평화를 지켜내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도 가끔 설명하기 어려운 허전함이 찾아온다. 어쩌면 그것은 육체의 건강과 개인적 만족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영역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면의 충만함은 결국 누군가를 위한 배려와 나눔, 작은 봉사를 통해 완성되는지도 모른다.
지난밤 비가 내렸는지 깨끗한 공기가 스며든다. 책상아래 다리 사이로 스치는 바람의 간지러움이 기분 졸게 다가온다.
5시 30분. 벌써 금요일 밝은 빛이 온 세상에 퍼져있다.
오늘도 오롯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를 다시 빚어가는 하루를 시작하자.
/ 마음의 여유는 세상이 주는 선물이 아니라, 매일의 성찰과 스스로 길러내는 삶의 능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