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노령연금을 받았다.
그래서 아내와 아들에게 저녁을 사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이제부터 매달 일정한 돈이 나에게 들어온다. 지금은 그 가치가 크게 와닿지 않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의미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렇게 연금이 시작된다는 것은 세상에서 '완전한 은퇴'를 선언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자유다 !.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자유가 아니라 하기 싫은 걸 안 해도 되는 게 자유다"라고 가수 싸이가 말했다고 한다.
문득 그 문장이 떠 올랐다.
그런데 '하기 싫은 걸 라지 않아도 되는 자유'라는 그 느낌은 아는가?
많은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오랫동안 환경 속에서 길들여진 태도는 쉽게 문밖을 넘지 못한다. 자기 결정권은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그 선택에 책임과 의무까지 감당할 용기가 있어요 가능하다. 특히 우리 세대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은퇴를 하고 연금을 받게 되니 비로소 그 말이 귀가 아니라 가슴으로 들린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는 삶.
그 자유가 얼마나 감사한지, 또 얼마나 사람을 당당하게 만드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기 결정권을 어느 조직에서의 명령이나 삶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진짜 자기 결정권은 오히려 내면의 삶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은퇴를 하면 흔히 제2, 제3의 인생이라 부르지 않던가,
그렇다면 과거의 습관만 반복해서는 새로운 인생이라 할 수 없다. 이제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삶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은퇴자가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의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더 적극적이고 과감해져야 한다.
직장인의 삶에서는 늘 조직과 일정에 맞춰 살아왔지만, 은퇴 후에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었을 때 "아무거나"라고 넘기는 대신, 내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는 연습부터 시작해야 한다. 작은 결정 같지만, 그것이 결국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내일부터 목요일까지 아내와 아들과 마카오 여행을 떠난다.
이번 여행은 '어디를 많이 봤느냐' 보다 '어디에서 오래 머물고 싶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그 취향에 맞춰 이번에는 GPT와 함께 직접 스케줄을 짰다.
아침 커피타임에 아내와 프린트물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내가 누리는 근사한 자유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