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 원명호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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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마치고, 나를 위한 단상

원명호 2026. 6. 4. 05:51

푸석함 보다 촉촉함이 좋고,

말랑한 것보다 적당히 단단한 것이 좋다. 

질긴 것보다 아삭한 것이 좋고,

지나치게 달거나 차가운 것 보다 적당한 온기가 좋다.

 

조금씩 변해오던 취향이 어느 순간 나이 앞에서 멈췄다. 이제는 웬만한 것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삶의 내성이 생긴것인지, 아니면 나만의 정체성이 확립된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이전보다 훨씬 명확해졌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아직 능력도 있는데 왜 일을 하지 않느냐"고

 

사실 나는 매일 내 일을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직장에 다니던 시절의 나는 늘 시간에 쫒기며 갈았다. 회사의 목표가 곧 나의 목표였고 조직의 일정이 내 하루를 결정했다. 해외공장 건설과 사업을 운영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는 뒤로 미뤄두곤 했다. 당시에는 그것이 책임이고 성실함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가족을 위해, 조직을 위해 달려온 시간이기도 했다. 이제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나의시간'을 되찾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은퇴를 일을 멈추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내게 은퇴는 비로소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과정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나와 노는 법'에 익숙해지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하루 일정을 정한다. 이어 헬스장에서 두 시간 정도 운동하며 몸과 정신을 깨운다. 집에 돌아와 아내와의 브런치를 먹으며 경제뉴스를 보고 투자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글 정리를 하면 오전 일정이 마무리된다.

 

오후는 더 단순하다. 모임에 나가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며, 몸을 움직이며 활력을 유지하다가 아내와 이른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아내와 산책을 다녀와서 나만의 활동을 더 하다가 밤 10시가 되면 어김없이 잠자리에 든다. 이 일상의 루틴위에 여행, 취미생활, 커뮤니티 활동이 더해지니 하루가 오히려 짧게 느껴진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다. 매일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내 삶의 내실이 단단해지고, 그만큼 자존감도 높아진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더욱 즐겁고 당당하다. 싫은 것을 안할 수 있는 자유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원하는 시간에 만날 수 있는 여유. 이것이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는 삶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존중한다. 

 

그런 나를 보고 아내는 가끔 너무 고착되어 점점 고집스러워진다고 말한다. 돌아보면 일리있는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를 건강하게 지탱해 주는 일상의 루틴만큼은 앞으로도 고집스럽게 지켜갈 생각이다.

 

'오늘도 나는 세상이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나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