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버님을 뵙고 물치바다 PEI 카페에 앉아 구기구기 접혀 쫄아든 마음을 바다가 열어준 해방감에 맘껏 뛰어 내달리다 하얗게 씻겨 되돌아왔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일렁이지 말자고, 내버려 두면 알아서 고요해질 것에 금 긋지 말자고, 짜던 안 짜던 뭔 상관인가 내잔의 물은 여기 있는데 지나가는 구름을 잡으려 허우적 대던 심신은 오늘 수평선 회초리에 두드려 맞고 정신을 차렸다. 한 시간 여를 아내와 말없이 바다만 바라보다. 오후가 훌쩍 넘어 집으로 올라왔다. 운전하느라 지쳤지만 오랜만에 만나자고 연락온 친구를 뿌리치기에는 아직 체력과 관심이 남았다. 수원역 오래된 낡은 횟집에서 널브러진 세꼬시를 안주삼아 뭐라 그렇다고 할 수도 없고 냉큼 수긍할 수도 없는 말들이 오고 가고는 늘 그렇듯 각자 일어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