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첫날 진득한 늦더위에 사촌들과 부지런히 벌초를 마치고 척산온천에 몸을 담고 신선놀음을 했다. 매년 벌초를 하고 나서 온천을 찾는 재미에 익숙하다. 온갖 잡다함을 다 씻어버리고 나와도 아직 오후 3시. 사촌들과 동명항에서의 저녁식사 시간은 아직 많이 이르다. 콘도에 잠시 여장을 풀고 그대로 있기가 아까워 바다로 향했다. 동명항에 자리 잡은 영금정에 올라 수평선 너머 대양을 바라보며 희망을 이야기했고 밀려오는 파도의 강렬함 파편에 쓸데없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큰 호흡으로 마무리할 즈음 누군가 등을 두드린다. 사진을 부탁하시는 남루하고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다정한 부부. 그렇잖아도 오던 길에 보았던 다리가 불편하신 남자와 손잡고 걸으며 희망의 이야기를 나누던 부부를 기억하고 있던 참이다. 흔쾌히 사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