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첫날 진득한 늦더위에 사촌들과 부지런히 벌초를 마치고 척산온천에 몸을 담고 신선놀음을 했다. 매년 벌초를 하고 나서 온천을 찾는 재미에 익숙하다. 온갖 잡다함을 다 씻어버리고 나와도 아직 오후 3시. 사촌들과 동명항에서의 저녁식사 시간은 아직 많이 이르다. 콘도에 잠시 여장을 풀고 그대로 있기가 아까워 바다로 향했다.
동명항에 자리 잡은 영금정에 올라 수평선 너머 대양을 바라보며 희망을 이야기했고 밀려오는 파도의 강렬함 파편에 쓸데없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큰 호흡으로 마무리할 즈음 누군가 등을 두드린다. 사진을 부탁하시는 남루하고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다정한 부부. 그렇잖아도 오던 길에 보았던 다리가 불편하신 남자와 손잡고 걸으며 희망의 이야기를 나누던 부부를 기억하고 있던 참이다. 흔쾌히 사진을 몇 장 찍어 드렸다. 뭉클했던 감정을 파란 바다의 사진으로 나누어 드렸다.
내친김에 동명항 등대 뚝 위로 걸어가다 멈추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대양의 힘으로 이끄는 다급한 바다의 손짓과 서쪽으로 넘어가는 애달픈 태양의 절묘한 균형에 서서 우주가 이끄는 나를 인식하고 있다.
그렇게 지금을 알아차리고 있다.
산다는 것은, 거대한 우주의 힘에 따르며 그곳에 나를 맡기고 지금 순간을 당당하게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것을 운이라 부를 것이다. 만일 지금 가만히 있다면 죽음의 기도를 하고 있을 뿐이니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해야 삶이다
영금정에 올라 >
기어코
부서진다
하늘로 올라
구름이 된 자식이
산나무가 되었다며
오르지 못해
끔틀대다
마디마디 패여간다
감춰둔 눈물이
솟구쳐 토해 내더니
짭조름이 달라붙는다
거친 숨소리에
숨결을 나누다
내 안에 그를 담았다
얼나마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