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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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니줄께 새 마음 다오

원명호 2024. 8. 23. 08:48

아침 산책길은 시원했다. 오랜만에 맛보는 경쾌함이다. 역시 늘 걸으시는 그분 들이다. 항상 그 자리를 지키시는 유튜버는 열심히 훌라후프 돌리시며 쉴 새 없이 떠들고 있고 출근길 사이 공원을 맴돌며 핸드폰을 귀에 붙이고 무언가를 들으며 걷는 분들, 맨발로 흙길을 걸으시는 분들, 역시 그대로이다. 단지 달라졌다면 실내용 빗자루를 들고 흙길을 쓸면서 걸으시는 어르신이 계시다. 걷고는 싶은데 아플까 봐 작은 돌멩이를 치우시며 걸으시는 가보다. 흙길 걷는 이유와 조금 다른 듯 하지만 다들 활기찬 아침 모습들이다. 막 마치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한줄기 소낙비가 쏟아진다. 
마음이 재밌어진다.
 
어제는 하나 남은 나의 마지막 사랑니를 발치했다.
섭섭해서 그런가 아니면 아직 미련이 남아 그런가 다른 사랑니 발치보다 힘들게 뺐다. 시원하다. 아니 개운하다.
치아에 어떤 문제가 생겨서 발치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관리도 불편하고 구강청결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좀 더 나간다면 정신적 승화를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삼는다. 나만의 방식이다.
 
지금까지 애매하게 남아있던 여러 가지 생각과 고민을 이것으로 모두 떠나보내고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 가는 그날이다.


 
또 어제 아침에 브런치 글들을 훑고 있는데 테니스 관련 글을  자주 올리시는 '조원준 바람소리' 작가의 브런치글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어디서 본듯한 글을 만났기 때문이다. 지난주 브런치스토리에 올렸던 나의 글을 인용하여 글을 쓰신 것이다. 물론 친절하게 '브런치작가 롱혼'이라고 출처도 밝혔다. 기분이 묘했다. 그 글은 '우리 선 넘지 말자'라는 글이었는데 아마 작가께서 테니스를 치시면서 선 넘는 행동을 하는 동호인들을 많이 보며 마음이 불편하셨던 모양이다. 어쨌든 내 글이 동기가 되어 쓰신 글로서 서로 선을 지켜주며 친목을 유지해 가는 동호인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랑니 >
 
계절은 남았는데
푸르름에 눈이 시어
노랗게 물든 창을 그리듯
 
감정에 매달린 티끌 털고
가볍게 살자고파
 
아직
인연이 남았는데도
떠나보냈다
 
헌니줄께 새 마음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