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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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발 SRT

원명호 2023. 11. 23. 09:14

오랜만에 타는 SRT는 여전히 잘도 달려갔다. 오후 햇살을 받는 창가 자리에 앉아 커튼을 내리고 꾸벅꾸벅 졸다 보니 벌써 동대구다. 뒤늦게 이어폰 끼고 음악 좀 듣다 보니 부산역에 도착했다. 쏟아지는 사람들 틈에 끼어 급하게 지하철로 달려간다. 시간을 아끼려 한다. 부산에 그 사람을 만나러 올 때면 우리의 약속은 늘 저녁 6시 동해바다 횟집이라는 작은 식당에서 만나기 때문에 미리 두 정거정 앞에 있는 마그네슘 온천이 솟는다는 허심청이라는 곳에서 온천욕을 하는 루틴을 가졌기 때문에 서두른 것이다.  큰 탕에 몸을 담그자 그제야 안심된다. 모든 게 녹아내려 간다
 
이번 만남은 예전과 다르다. 예전에는 어쩌면 영업차원의 목적 만남이었다면 이번은 아무 목적 없이 인간관계의 확인차 일상을 나누려 왔기에 모든 것이 편했다. 그의 첫 일성이 계속 쉬면 지겹지 않겠냐고 한다. 나는 쉬는 게 아닌데 장기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고 그  일환으로 우선 '자신 있고 당당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을 한다면 그동안 몸담았던 그 일만 일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다만 경험만 살게요 하고는 다른 곳을 탐하기에 지금 나는 바삐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의 안부와 격려를 마치고 다시 SRT메 몸을 싣고 새벽에 동탄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언제 도착했는 모르게 동탄역 안내반송에 눈이 번쩍 떠졌다. 감사하게도 말이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한 번은 수서역까지 간 적도 있었지만 
 
이번달 약속한 네번의 식사 만남은 모두 마쳤다. 이제 다음 달은 단체모임이 계획되어 있다. 해외건설팀 모임 그리고 고교반창회와 고향친구모임이 있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사람의 만남까지 계획을 세운 이유는 퇴직했다고 웅크려 들어 사회적 연까지 끊기를 바라지 않기에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격이다. 
 

 
오후 햇살 >
 
햇살이 차지한 자리를
밀치고 앉았더니
떼로 몰려들며
따갑게 내리 쬔다
 
얼른 이마를 가리고
건너편으로 옮겼더니
느긋한 오후 햇살이
길게 드러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