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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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날씨는 쾌청했다

원명호 2023. 9. 9. 08:31

탄생과 죽음을 막을 치료제는 없다. 그 사이를 즐기는 것 밖에는 - 조지 산타야나

 

창원의 날씨는 쾌청했다.

새로 생긴 SRT도 신이 났는지 대구를 힘차게 벗어나자 차창에 추억의 스크린들을 비춰주며 조용한 시골역을 소개한다. 밀양, 진영을 지나 창원역. 모든 게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인데 여건의 허락을 살피며 늘 추억이란 핑계로 쌓아 놓고만 있다. 삶은 늘 그런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마침 서울에서 춘섭과 중섭의 만남에서도 나를 찾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과 통화를 하며 계단을 내려오는데 멀리서 마중 나와준 정진화의 모습이 보인다. 30년이 지나도 걸음걸이만 봐도 한눈에 알 것 같다 

 

더 오밀조밀 해진것 같은 창원 시내를 퍼즐 맟춤의 옛 생각을 하며 거닐다. 드디어 전자기술실 입사동기들인 서호식, 정진화, 류승일, 김영진, 강언구를 만났다. 반갑다. 모두 오랜 연을 이어온 친구들이다.

 

30여 년이 흘러도 변함없는 입담에 시간을 녹이며 즐거운 한잔을 나누고 있다. 명색이 대기업 임원, 부장 출신에다 지금은 중소기업 사장, 부사장들인 그들은 혈기왕성하고 철 모르던 입사 초년의 시절로 돌아가 그때의 대화로 장난치며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다.

 

살아오며 마음 졸였던 일, 말 못 할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지금 여기는 핑계의 여건이나 사회적 포지션과는 아무 상관없이 추억의 장난으로 압축되어 세월이 만들어준 짓궂은 개구쟁이들로 들뛰고 있을 뿐이다. 

 

사실 어디, 여기뿐 이겠는가 그동안 살아오며 여기저기 흩뿌린 강하게 박혀있는 추억들의 조각을 찾아 모으며 살자. 억누르고 눈치에 움츠렸던 여건이라는 핑계는 이제 거둬들일 때가 된 것 같다. 인생에서 한창 꽃비가 내릴 때 그때가 지금 아니겠는가

 

글을 쓰며 유튜브로 '밝은 피아노연주로 하루를 시작하는 긍정'이란 음악을 듣고 있다 보니 조지 산타야나의 '탄생과 죽음을 막을 치료제는 없다 그 사이를 즐기는 것 밖에는' 이 말이 흩날리는 벚꽃 PC 배경과 함께 계속 맴돈다.

 

 

추억 >

 

다 알고 있잖아

어디 자네만 겪었던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던

그가 편해 보였는가

 

허들 타듯

넘고 또 넘고 있을 뿐인데

 

뒤 돌아보니

아무것도 아니었어

 

운이 좋았다고

어디 알려 줄 수도 없고

 

그래서 웃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