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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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살아 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 지는 것이다?

원명호 2023. 2. 2. 06:57

새벽. 또 추워졌다. 잠시 망설이다 운동대신 브런치 글을 읽었다.
브런치에서 구독하는 지담 작가의 '1000일의 새벽독서로 배운 삶의 관점' 이라는 글을 읽고 한참을 멍하게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몇일전 만났던 자유로운 영혼 김명호 친구의 말 ' 인생은 살아 가는것이 아니라 살아 지는 것이다' 라는 느닷없는 화두와도 통했다. 지담 작가께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장엄한 질서를 위해 나를 움직이는것' 이라 결론 형식으로 말했다. 천일간 새벽독서를 통해 얻은 깨닫음 이라는데 큰 울림이 왔다. '내가 선택할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선택하는 주체가아니라 선택되어지는 객체다' 라는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시작되었다는 작가의 배경까지

기왕에 그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친구 김명호와 번개로 만난 이야기.

사당역 5번 출구. 조금 일찍 도착했다. 밖에서 기다리려니 더 추워진다. 이리저리 움직이다 바로 옆에 사람들이 모여 있길래 기웃거렸다. 내가 그 틈에 끼어 있어도 자연스러운 나이들 이다보니 아무도 내게 신경을 안쓴다. 이 추위에 장기판이 세군데나 나란히 두고 있다. 뭐지 내기 장기인가? 손을 비벼가며 몰두하는 사람들과 그 주변에 서성이며 나같이 장기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초리가 매섭다. 건너편에 앉아 장기를 두는 큰덩치의 아저씨의 장기판에 몇 알이 굴러다니는 것을 보니 막바지에 오른듯 더 초조해 하며 연실 손을 비벼댄다. 자주 이곳에 계시는지 지나가는 사람과 손 인사까지 한다. 기어코 예상대로 사단이 났다. 잠시 친구가 왔는가 한 눈을 팔고 있는 사이 아마 훈수가 있었는지 뒤에 서있는 사람과 괜한 말트집이 시작되더니 싸울듯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한다. 장기는 훈수가 묘미인데.

즐거운 구경을 뒤로하니 마침 친구가 왔다. 망설임도 없이 바로앞 식당으로 오르자 로봇서빙이 시작된다. 가져온 것을 꺼내 먹으라 명령 한다. 손님인 우리는 순순히 그 지시에 따른다. 어째 로봇에게 이렇게나 관대한지 모두 용서를 하며 길도 잘 비켜준다. 이 가게의 부대 음식과 집기등은 모두 알아서 필요한 것은 직접 가져다 먹으란다. 심지어 라면도 직접 끓여 먹으란다. 주인은 아예 홀로 나오지도 않는다. 손님 모두가 주인인양 서서 설쳐댄다. 그런데 밉지가 않은 모양이다. 오히려 칭찬을 하고 사장님께 좋은말을 던지고들 나간다.
이상하다.

부대 음식을 가지러 갔다 알았다.
‘남겨도 되니 막 퍼다 드세요’
큼지막한 글씨가 기쁘게 했다. 역설의 말 한마디가 불친절의 모든 것을 갚고도 남았다.
남는 장사를 하고 계신다.

역설의 내심이 즐겁다. 나도 이렇게 살아야 겠다.


역설의 내심 >

남겨도 되니
막 퍼다 드세요

떠들어도 되니
함께 다들 오세요

지각을 해도 되니
안전하게 천천히 오세요

예의가 없어도 되니
내 집 처럼 편하세요

기분좋게 안 그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