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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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회를 다녀왔다

원명호 2025. 2. 16. 11:58

토요일 오전 운동을 마치고 서둘러 서울로 올라가려고 한다. 고교 동창모임이 있는 날이다. 매번 늦게 참석하여 뒷자리 차지하고는 조용히 앉아 있었기에 이번에는 미리 참석하려고 한다. 그런데 아까부터 아내는 신이 나 있다. 즐겨보는 인스타에서 주문한 물미역이 도착해서다. 점심은 꼭 먹고 가야 한다며 인스타 레시피를 보면서 미역무침을 만들고 있다. 얼른 옆에 붙어 서서 함께 서둘러 만들고 맛있다는 말을 몇 번 되풀이하고는 집을 나섰다.

 

친구가 운영하는 역삼역 근처 '국제시장' 국밥집. 시간 내 도착하니 다행히 몇몇 친구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실 안면은 있어도 잘 모른다. 그동안 모임에 잘 나서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시간이 흘러 삐죽 대며 겉도는 성격 탓도 있었으리라 어쨌든 서로 반겨주는 인사를 받으며 정성스레 만든 떡국도 나누고 술 한잔씩 오가며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마침 찬조한 선물들이 있다며 참가 신청한 순서로 추첨을 하겠다고 추첨 앱을 돌리자 두어 번 미참석자 순번이 오르더니 덜컥 내 이름이 불려졌다. 웬일.  

 

양주다. 얼른 상자를 풀고는 주변 친구들과 나누었다. 즐거운 동창회다. 

지금 무엇을 하고있는지, 전에 무엇을 했는지는 전혀 중요치 않다. 그저 지금 동창으로서의 안면이 더욱 중요하다. 자주 참석하여 그들과 교류를 탐하고 싶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내일 17일 월요일은 미국 시애틀 출발일이다. 대략 3주간의 스케줄로 시애틀-밴쿠버-포틀랜드-새크라맨트-요세미티를 훑어 내려오는 아내와의 어드벤처를 계획하였지만 갑작스러운 아내의 장염으로 취소를 하였다. 서운해졌다. 아내도 뭔가 아쉬운 듯 제주도나 다녀오자고 한다. 2월 마지막은 제주도에서 올레길을 걸으며 보내게 될 것 같다.

 

 

 

 

고교 동창회 >

 

생각의 꼬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에

한참을 거슬러 오른다

 

나이로 가려진 가면은

벗기려 해도

기억이 붙잡아 매고

 

블렉홀의 시간은

과거를 잊기에

다시 새겨진 이 얼굴들이

그저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