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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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원명호 2022. 5. 29. 13:48

일요일 오후 나즈막히 음악을 듣다 마야의 '나를 외치다' 에 감성에 젖어 어릴적 추억이 떠올라  글을 써 본다.

 

다그락 다그락, 중학교 시절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어머니 홀치기 소리가 집안을 채우고 있었다. 당시 우리동네 아주머니들은 북어 나 오징어 채를 찢는 알바를 주로 하셨는데 솜씨 좋은 어머니는 아마 좀 더 수익이 좋은 홀치기를 하신 것 같다. 홀치기가 뭔가, 일본 기모노를 만들기 위해 비단천에 문양 염색위한 준비 단계 로 시골 동네 아주머니들의 품을 사서 회화벌이를 했던 것이다, 하루종일 쉬지않고 하신 탓에 밤이 되면 어깨며 손가락이며 아프다고 하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학교를 다녔다. 나름 그래도 공부를 좀해서 시골에서 강릉고등학교로 遊學을 가게 되었을 때 어머니께서 제일 먼저 노암동 내 방으로 철재로 된 책상을 사가지고 오셨다. 홀치기로 번 돈으로 샀다고 하시면서 엄마의 고생을 늘 생각 하면서 공부 열심히 하라, 딱 그 한마디만 하시고 가셨다.

 

우리 어머니는 표현하는 잔잔함은 없으시지만 냉철함과 포용력이 크셨던 분 이셨다. 하지만 촌놈은 1학년 첫 시험에서 전교 100등 밖으로 나왔다, 학년 학생수가 700명 정도 인데다 영동지방에서 잘한다는 아이들이 모였으니 오죽 할까 하지만 그 큰 충격은 빨리 가시지가 않았다. 시골 동네에선 손가락안에 매번 들던 내가 이럴 수가 있다니 어머니의 기대도 큰데 어린 마음에 처음으로 포기, 다시 해볼까 등의 생각도 맴돌고 있었고 정말로 마음이 다쳐 그렇게 공부하겠다고 휴학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던중 이번에는 어느 휴일 날 아버지께서 힘들게 끙끙 거리시며 TV를 사가지고 오셨다. 당시 EBS강의가 요란스럽게 태동하던 시기라 이걸 들어야 한다는 것을 어디선가 듣고 엄마가 사다 주라고 하셨다며 내려 놓고는 바삐 가셨다 빡빡한 가정 형편인데 큰일이다, TV 까지 부담이 점점 커졌다.

 

돌이켜 보면 어린 착한 마음에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잘해야한다는 큰 압박감이 온몸을 내리 누르고 있었던것 같다. 나름 밤잠 안자고 열심히는 하는데도 마음은 급하고, 위축되고 그런 억눌림이 점점 심해지는 가슴 앓이로 뭔가 정리가 안되는 허공에 붕뜬 공부가 몸만 축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증상은 오늘 열심히 공부를 해도 다음날 머릿속이 텅텅 비어 있는 뭔가 단단히 탈이 난 것이다. 지금처럼 대화 할 곳도 학습법을 배울 곳도 코칭도 없었다. 큰 부담감에 위축된 마음은 쫄아들기만 하고 드디어 말도 제대로 안나오는 심각한 상황까지 왔었고 보모님과 상의할 그런 용기와 수용도 없이 그냥 어린 마음을 혼자 이겨내는 수밖에 없었다. 오직 머릿속에는 당장 성적이라는 결실을 볼려 마음 뿐이고 머릿속은 안따라 주고 다친 마음의 상처가 컸으나 치유 없이 그냥 시간이 흐르며 지나갔다. 그 이후에도 나름 공부하느라 애를 먹었다.

 

~ 중략 ~

절대로 약해지면 안된다는 말대신

뒤처지면 안된다는 말대신

지금 이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지금 이순간 끝이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돼

~

 

안타깝고 아쉽다 그때 그시절 마음이 성적에 매몰되어 크게 위축되어 있었을때 지금의 이 마야의 ‘나를 외치 다‘ 같은 노래라도 들을 수 있었다면 그 어린 마음이 조금 이나마 편해졌을까 싶다,  감정이입이 되어 울컥한 마음에 볼륨만 더 올린다. 그런 아픈 마음은 젊은시절 대학과 군대(수방사)를 거치며 다른 식으로 극복되고 성장되고 굴려지며 삼성SDI에서 경쟁하며 경험하는 글로벌 해외 생활을 해보며 현실 속 모험으로 뽐도 내며 찿은 자신감으로 사회에 이리저리 휘둘리키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지금 글을 쓰며 그때를 회상 하고 있다 .

 

강가의 자갈이 굴러가며 닳듯, 시간속에 어린 아픔이 닳아 사라지고, 이젠 추억이 되었다.

 

 

 

눈을 감고 흥분된 가슴을 조용히 억누르며 가슴속 어린 나를 다독이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있다. 지금 이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하면서 오늘을 소중히 보낼 줄 아는 하루 하루의 귀중한 삶을 이제사 깨달은 생활은 어릴적 나와 함께 만들어 가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당시 위축되어 어린 나이에 일찍 철들어 강릉으로 遊學간 나를 보며 상황은 다르지만 당시 나와 비슷하게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留學을 가서 나름 그들이 품은 고통을 이겨내며 당당히 글로벌 인재로 우뚝선 우리 아들, 딸도 그저 대견 하게 생각이 든다. 그 이면에 그 들 맘 속에 남아 있을 내가 모르는 그들이 감춰둔 아픔을 아빠로서 아이들과 함께 이 노래 부르며 이야기 나누고 싶은 주말의 감성이다. 아들은 금요일에, 딸은 오늘 아침에 열심히 사는 힘찬 목소리를 듣고나니 나도 힘이 솟는다.

 

몇 달 전 서이숙 버젼으로 한번 올렸던 노래지만 나에게 울림이 있어 마야의 '나를 외치다' 노래를 한 번 더 올려 본다. 주말이 열심히 지나가고 있다

 

[1시간] 마야 -나를 외치다 - YouTube

 

작년에 만들어 지금까지 삶의 기준으로 삼고있는 나의 사명문이다

 

       자신있고 당당한 매력적인 나를 만들자

     그리하여 나와 가족에게 멋진 사람이 되어

       그 삶을 주변과 함께 하는 기쁨을 갖자         - 원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