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의 일상

카테고리 없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원명호 2024. 7. 2. 05:45

인생은 우리가 하루종일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랄프 왈도 에머슨

 

비가 그친 새벽 산책길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호흡에 집중하며 명상하듯 걷다가 이어폰을 꽂고 잔잔한 기타곡을 들으며 한 시간 여를 걸었다. 몸과 마음이 가볍다. 더욱이 일요일 오후부터 금식하고 있는터라 생각 또한 맑다. 부지런히 다음 할 일로 발걸음을 옮긴다. 덥수룩해진 머리를 다듬으러 가는 길이다. 아침에 내리쬐는 햇살이 아주 따갑다. 거의 작은 바늘뭉치를 들고 찌르는 듯하다. 비 온 뒤 맑아서 그런가 강한 자외선을 그대로 받고 걷는다. 하필 집 앞 남성미용실이 정시에 문을 안 열어 조금 더 걸어 올라 다른 집으로 가는 길이다.

 

'앞머리는 넘길 거니까 놔두시고 옆과 뒷머리는 깔끔하게 정리해 주세요' 아내에게 받은 코멘트를 그대로 헤어디자이너에게 전달한다. 그리고는 체념한 듯 상관하지 않는다. 알아서 잘해 주시겠지. 프로의 정신을 믿는다. 간혹 의도와 다르게 머리를 자른 적도 있지만 저 코멘트를 날리고는 그래도 비슷하게 나온다. 당연 염색까지 하고 나오니 젊어 보인다. 또 햇살과 싸우며 집으로 돌아오니 정오가 되었다. 이제 21시간 정도의 단식을 멈추고 간단한 요기를 했다. 1시부터는 PT를 받으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PT는 그동안 몸 푸는 운동을 했다면 어제부터는  본격 하체 기구운동을 하였다. 오랜만에 뻐근함이 즐겁다. PT를 마치고 여운이 남아 유산소를 30분 정도 더 하고 마쳤다.

 

오후 3시 제대로 된 식사, 점저를 한다. 상추쌈에 불고기 그리고 청국장을 푸짐하게 먹었다. 잠깐 휴식을 취하다 서재로 들어와 전자책을 열어 놓고는 꾸벅거린다. 피곤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잠시 어슬렁 거리다 7시가 다 돼서야 제대로 각 잡고 글을 쓴다. 나의 시간이 온 것이다.

 

요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간다. 새벽부터 거창한 의식을 치르듯 비장함에 시작하여 바삐 시간과 무엇을 하든 움직이며 한나절 보내고 저녁이 돼서야 차분해진다. 나는 하루종일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는 걸까?

 

나를 얽매이지도 않지만 또한 나를 풀어놓지도 않고 있다. 움직임. 정적이면서 동적인 몸과 달리 마음은 늘 차분하다. 급해지려 하지 않는다. 싫어도 그만 좋아도 그만 애달프게 바라거나 쫓아갈 생각조차 없다. 관계의 의식은 조금 멀리하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은 아들 강남 밝은 눈안과에 스마일라식을 하러 간다. 

 

 

 

생각 >

 

꼭 잡고 있으려

실낱 하나 챙겨 들고

멈추었건만

 

잡힐 듯 말 듯

나풀 나풀 

무엇하려 했는지

뒤돌아 이는 뿌연 먼지

 

그래도

내 호흡 챙겨

다시 붙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