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세먼지 나쁨 지수가 빨갛다. 굳이 수치를 보지 않아도 바깥은 안개 낀 듯 하늘이 회색으로 뒤덮여 외출이 겁나는 날이었다. 아침에 방청소를 하고 걸레질도 하고 기본일을 마무리하고 나서 하루 할 일을 점검해 보는데 동선을 감안하여 두 가지 안이 나온다.
첫째. 세차를 하고 인도어스크린으로 간다음 사우나를 하고 엔진오일 교체하고 책 읽고 글 쓰는 일정
둘째, 영통 병원에들러 약을 타고 근처에서 엔진오일 교환하고 점심 먹고 사우나 가고 책읽고 글 쓰는 일정
두군데의 링컨차량 엔진오일교환 예약 전화를 하니 한 곳은 예약이차서 안되고 다른 한 곳은 에어컨필터 교환은 안 한다고 한다. 그래서 엔진오일교환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또 미세먼지가 심해지니 아무래도 바깥 인도어 나가는 것도 스톱. 그러면 자연스럽게 두 번째 스케줄이 선택되어 병원을 가고 점심 먹고 사우나 가는 일정이 정해졌다. 점심은 오래간만에 이상근 친구를 불러 같이 하기로 했다. 집에서 재택근무를 한다는데 정보도 얻을 겸 안부도 물을 겸 영통에 있는 '이우철한방누룽지삼계탕' 집으로 오라 하고 병원을 먼저 갔다. 병원은 이상하리만큼 한가하다. 검진을 마치고 약을 타면 되는데 창구직원이 무슨 일 때문인지 씩씩거리며 화가 나 있다. 자기 일을 스트레스대상으로 대하는 모습은 보기 안 좋다. 하긴 갈 때마다 직원들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이상하다 하긴 했지만 약을 타러 가는 병원이라 바꾸기도 힘들어 안타깝다. 바꾸면 힘든 검사를 또 새로 해야 한다니 ㅠㅠ
상근 친구와는 점심을 먹으며 신중년센터라는 곳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강의도 듣고 일도 한단다. 그리고 시청홈페이지등도 자주 보면서 나오는 적당한 일도 신청도 해보고 프로그램에 참석도 해보라 한다. 친구는 이런 방면에서 전문가다. 이제는 내가 적극성을 보여야 할 때다. 일어서려는데 먼저번 점심을 내가 샀다고 이번에는 자신이 내겠다고 서두른다. 아무래도 조만간 한번 더 만나야겠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여전히 미세먼지가 심해 사우나는 접어두고 대신 집으로 돌아와 아파트 센터에서 한 시간 정도 실내운동을 하고 글을 쓴다. 하루가 안갯속에서 함께 헤매었다.
헤매는 거리 >
희미한 안갯속
옷깃을 세우고
걸어오면
촉촉한 꿈이 흐르는데
오늘의 회색거리
치켜뜬 잠자리눈은 봤다
빨간 전광판의
'미세먼지 나쁨'
웅크린 어깨
바쁜 걸음은
당황하여 지나치며
하루를 맴돌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