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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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달려온다

원명호 2024. 3. 1. 07:37

새벽바람이 문틀에서 울어대는 것을 보니 찬바람이 다시 찾아온 모양이다. 3월의 문이 열리자 화들짝 놀란 지나가던 겨울의 꼬리를 들이민 것이다. 보아라 미련이야 있다고 아무리 붙잡고 늘어져도 시간은 무심히 흘러간다.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흘러간다. 덕분에 어제의 영웅도 한순간에 사라지고 아무리 가슴 아픈 추억의 사람이라도 단 삼일이면 잊혀 버린다. 그러니 눈치 볼 것도, 자존심 상할 것도 없다. 그저 지금에 충실하고 지금을 온전히 누리며 즐기면 된다. 전혀 이기적이지 않다. 그리고 굳이 애를 쓴다면 맑은 정신을 유지 위해 건강과 지금에 할 일에 몰두하는 것에 집중하자. 

 

시작, 새로움, 출발등을 이야기하는 3월. 심장박동이 온 만물과 동기 되어 잠자는 세상을 깨우는 3월. 그런 3월이 나에게도 중요하게 다가왔다. 내 인생에 큰 터닝포인트가 될 환경변화가 일어나는 3월이다. 앞으로의 활기찬 10년의 결실을 위해 집을 마련하고 온전히 나만의 서재도 꾸미고 있다. 그렇서 2024년 새봄을 맞아 출발할 새 인생을 위한 3월이 꿈틀 된다.

 

어제는 흰눈으로 휘감아 내린 설악산 줄기를 바라보며 고향을 다녀왔다. 바깥 거동을 잘 안 하시는 아버님을 모시고 장작보리밥이라는 집을 찾아 보리밥, 소고기전골, 곰탕, 오징어순대를 하나씩 맛을 보여드렸다. 돈이 있어도 할 줄 모르시니 안타까운 세월이다. 자주 뵈러 와야겠다. 다행히 근처의 누님이 계셔서 열심히 찾아오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마침 어제가 양양 장날이라 고향 간 김에 장 구경에 나섰다. 늘 그저 그런 물건들로 시골 장터가 마치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들어선 것 같은 장터모습이지만 썰렁한 뒷골목으로 가면 도란도란 쪼그려 앉아 물건을 다듬는 할머니들이 계시다. 이곳이 그나마 남아있는 진정한 시골장터로 보였다. 짧은 장구경을 은연중 횟집을 자꾸 이야기하신 아버님 말씀이 생각나서 싱싱한 회와 맛있다고 하셨던 송이닭강정을 줄 서서 사다 드리니 좋아하신다. 그 미소에 피곤도 물리치고 단숨에 집으로 올라왔다. 

 

 

 

아버님 모시고 가는 길에 >

 

차창 거리에 

풀죽은 태극기가 나란하다

아 삼일절이 구나

물끄러미 속삭이신다

 

고향 마을에 전봇대가 없어져

거리 태극기를 못 본다고

삼일절 왜 태극기 안 다냐고

한 소리 하신다

 

아침 내내

태극기를 찾으니 없다

잊은 지 오래된 것 같다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