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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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꽃을 피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명호 2023. 7. 17. 07:16

멀리 설악산이 내다 보이는 아담한 한정식집 유리벽에 
 

꽃다웠을 아버지의 청춘에 우리라는 꽃을 피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원태수님의 구순을 축하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가족 일동 -
 

예쁜 플래카드 걸어 놓고 가족들이 모여 앉았다. 덕담이 오고 가고 인사말을 하시던 아버님이 플래카드를 보시더니 잠시 목이 메어 눈시울을 훔치고 즐거운 식사를 하였다. 늘 당당하시고 곧던 아버님이 언젠가 시야가 흐려지시더니 바깥활동을 삼가시며 조용해지셨다. 안타까운 일이다
 
삶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일이기에 원망도, 후회도, 탓도 할 필요가 없다. 정답은 없으니 후회 없이 마음껏 자신의 삶을 누려야 한다.
 
식사를 마치시고는 다들 모이라 하시고 공개 유언을 하신다. 간단한 상속과 사후 대처의 이야기이지만 멋지시다. 세월에 당당함을 보여주셨다. 존경합니다.
 

 
구순 잔칫날 >
 
한정식집 유리벽에 꽃이 피었다
아버님의 청춘이 우리라는 꽂을 피워
모여들었다
 
눈물을 훔치시는 손끝은
찰나의 세월을 말하고
 
유언을 하시는 입술은
살아온 당당함을 말한다
 
시간을 무덤히 내려보는 자신감에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멋지시고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