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내리는 금요일 이다.
이번주는 바쁜 듯 한가한 듯 지나간다. 오늘로서 집안일은 잘 마무리가 되었고 회사일은 아직 안갯속 이다.
나의 큰 스케쥴에 차질이 생길 것도 같다. 내가 어디까지 관여해야 할 것이며 어디까지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같이 고민은 물론 위안과 충고도 해주어야 겠다
목요일 집안일로 두건의 서류제출과 남은 일들이 마무리 되어 홀가분하게 아내와 식사를 하러 나섰다가 문득 감정이 올라와 브런치 소재로도 쓸려고 적어본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어김없이 거울 앞에 선다. 머리를 숙여 정수리를 비춰 머리카락이 빠져서 가운데가 휑해지는 것을 습관적으로 확인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씁쓸해 하며 정수리를 뒤적이는데 거울 속에 비친 아내의 머리가 보였다. 염색을 한지 오래 되다보니 흰머리가 한참 올라온 하얀 정수리. 갑자기 울컥 해진다.
나와 아내 둘 다 흰머리가 많아 늘 염색을 하게 된지 오래 되었다. 그동안 흰머리는 유전이라 어쩔 수 없다며 불편한 염색을 참으며 쉽게 넘겨 왔는데 오늘 아내의 모습은 그게 아니었다. 유전이 아닌 고단한 삶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왜 흰머리가 삶의 고단함으로 비춰질까
보통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나오는것이 흰머리이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유전적 요인으로 앞당겨 나오기도 한다. 앙투아네트처럼 단두대 오르기전 극심한 스트레스로 하룻밤사이에 백발이 되었다는 전설과 미국 존 매케인도 베트남 전쟁포로로 고문을 당한후 갑자기 백발이 되었다고 하는데 하지만 스트레스가 흰머리를 촉진한다는 말은 아직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그럼 유전적인 요인인데 의학에서도 이를 많이 신뢰한다고 한다. 우리만 봐도 그런 것 같다 아버님과 장모님이 모두 백발이시다.
유전을 핑계로 고단함의 감정을 대충 넘기려는데 오늘따라 아내의 흰머리가 자꾸 맘에 걸리며 안타까움에 감정이 촉촉해져 간다. 묵묵히 아내와 걸어가면서 갑자기 우리의 결혼식때 주례를 해주신 교장선생님의 주례사가 생각났다. 그 당시 주례사에는 공식적인 멘트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사랑하라는 주례사이다. 나는 분명히 똑똑히 들었다. 검은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사랑 하라 하셨다. 그런 아내가 지금 흰머리가 밀려 올려온 모습으로 옆에 서 있다. 파뿌리가 되어 가는중 인데 보듬어 사랑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미국에서 아이들 공부 시킨다고 온갖 고생을 다하면서 버텨온 세월이 분명 더욱 흰머리를 촉진 시켰을 것이다. 안타깝다. 슬며시 손이 시럽다는 핑계로 손을 잡으려니 이유없이 뿌리친다. ~ "

흰머리 >
젊어서 나오면
안되는 머리 쓰느라 고생한다 하고
중년에 나오면
남들 눈치에 염색하느라 중독되고
노년에 나오면
멋스러움인데 선 듯 나서지 못 한다
드러내라 흰머리
변화에 당당한 자신감과 매력이며
패션의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