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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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원을 보았다

원명호 2022. 6. 27. 08:05

일요일 오후는 더웠다. 아내와 오랜만에 서울로 나들이를 나서 청와대로 가는길이다. 조금 일찍 가서 삼청동 인근 좁은 골목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들러보며 청와대를 가본다는 신기함에 발걸음이 앞서는데 지방에서 올라오는 청와대를 향한 관광차들이 자주 눈에 띄더니 처음 가졌던 비장함은 단 몇분도 안돼 놀이공원의 기다림과 관광지의 스킵으로 실망감과 맨붕으로 더위에 점점 조급해 지며 실망감이 들었다.

 

그래도 여기가 어딘가, 뭐든 좀 느껴보려 애를 쓰며 땀이 흑뻑 젖은 채로 거닐어 보았다. 본관 앞마당도 인수문을 지나 관저 뒷마당도 빗물 배수로의 뚜껑도 비벼보며 거닐어 보며 그때 그 분들과 통하는 생각이 혹시나 이어질까 눈을 감아도 보았다. 진지한 생각 그 어떤 생각도 안 떠오르고, 그냥 사람 살아가는 모습만 떠 올랐다. 장독대 좁은 뒤편은 어릴적 뛰어놀던 그것과 같았고 그것을 지났던 사람들도 그냥 사람 사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았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며 꼭 그래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그렇게 상상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일은 시스템이 하니까 그 위치에 있다고 모든 생각도 하늘과 닿을 리는 없고 더위에 한 바퀴 거닐며 든 생각은 이것 뿐 이었다. 그냥 모두 똑같이 살아 가는구나.

 

흠뻑 젖은 차림으로 M버스를 타고 달려와 시원한 생맥주 한잔을 들이키자 여기가 낙원이다. 뭐 별거 있나 거기서 거기지, 개인적으론 기대했던 본관 앞마당, 녹지원보다 삼성 창조관 앞마당이 훨씬 좋았다. 거긴 탁 트인 산세와 공작도 거닐었는데

 

 

녹지원 바람 >

 

그 나무들은

묵묵히 계절을 타고

익숙한 새들은

주워 먹기 즐겁다

 

바람이 전해주던

그때 그 소식은

위엄이 보였는데

 

오늘은

녹지원 숲속에

갖혔던 바람이

안스럽다

 

이제 휭하니

여기저기

나풀거리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