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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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의 대화에 범종(梵鐘) 소리가 들렸다

원명호 2021. 12. 2. 07:04

강원도의 날씨는 청명하게 맑은데 매서운 바람과 함께 추웠다  

 

89세를 바라보시는 정정하신 아버님께서 

지난달에 아버님의 불편하셨던 한쪽 눈마저 잘 안 보인다는 연락을 받았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랴부랴 잘한다는 영등포 김안과에 예약을 청하여 가장 빠르다는 한달후로 검진날짜를 잡았다

그 날이 오늘이다

 

오래전부터 백내장 녹내장을 가지고 계신터라

야맹증과 함께 시력이 나빠지기 시작해 많이 불편해 하시어

아주대학병원에서도 시력 유지 차원의 처방만을 주어 그냥 고향에서 약만 타 지내 오셨기에

그래도 좀더 치료를 받아 드리고 싶어

어제 오후에 아버님을 모시러 고향집에 다녀왔다

 

많이 연로하시고 힘이 없으신 아버님을 모시고 오면서 오랫만에 두런두런

친구분 돌아가신 이야기 문상에 한명도 안갔더라는 이야기 손자, 손녀 칭찬 이야기등을 나누다

잠시 조용하시더니

사는게 다 그렇지뭐 ~ 결론 삼아 넋두리 하시곤 잊은듯

불쑥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증을 내게 내미신다 가지고 있으라고

그게 뭔지 알기에 나도 나중에 할 것이기에

받아들며 그냥 먹먹 담담했다

오늘 모시고 내려가며 또 두런두런 정겨운 이야기가 기대된다

 

사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 자연스럽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후회 없이 건강하게 살자 !

 

오늘 진단과 치료가 잘되었으면 하고 기원한다  

 

 

 

 

아버지와의 대화 >

 

메마른 낙엽

엷은 떨림에

분명한 울림이 들렸고

 

절간의 범종소리가

간간이 섞이며

이심전심 감동의

파동을 일으켰다

 

사는게 다 그렇지뭐

 

넌지시

화두를 던지시곤

다시 조용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