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반갑다.
여름이 빨리 온다고 겁내하지만 그래도 움츠렸던 겨울보다 살가운 햇살이 반가운 것은 지금의 나의 마음과 같아서다.
어제 아내와 기흥코스트코를 다녀오다 길가에 활짝 핀 개나리를 보았다. 아직 두꺼운 땅속에 숨죽이고 있을 것 같았던 새순들이 벌써 대지의 기운을 타고 일어난 것이다. 삶은 이런 것 이거늘
봄이 왔다.
두꺼운 옷을 걷어내자 가볍게 움직이자, 까닥했다면 나만 모르고 아직 긴 겨울틈에 숨어 쉰내 풍기며 버티고 있을 군상을 깨버려 준 개나리. 그런 앞선 자가 있기에 세상은 감사하다. 덕분에 새롭게, 신비하게, 스마트하게 앞서며 살자고 새로운 마음을 담게 해 준다. 나이가 무슨 대순가 매년 맞이하는 새봄을 처음처럼 뛰쳐나가 환호하며 반가이 맞고 같이 호흡하면 청춘이요 밝은 미래가 손짓하는 것이다. 고고한 척 못 본 척 세월을 너무 덤덤해하지 말자. 그러기에는 아직 젊다.
오늘은 묵은 겨울코트를 세탁소에 맡기고 정리하려 한다.
아예 다 치워 버리려 한다.
혹시나 짓궂은 꽃샘추위는 애교로 맞아주련다.
봄. 이. >
후후 불며
눈물까지 애가 타던
매운 불씨는 왜 이리 더딘가
축축한 장작 제치고
송진 먹은 불쏘시개도
고개를 가로젓어
낮술 취한 듯
발로 짓이겨 버린 화로는
제풀에 검은 연기만 토한다
벌러덩 배 내민 등짝
스멀스멀 다가오는 열기
화들짝 뛰쳐나갔더니
우체부보다 빠르게
아지랑이가 달려오고
벌써 목이 말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