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이륙하고 음료수 한잔 돌리고 나니 바로 착륙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제주도다. 이 자그마한 나라에서도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많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깨인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비록 땅덩이는 작더라도 기상만큼은 원대하였으면 한다.
삼다도에 내렸다. 바람, 돌, 여자의 제주도에 오니 여자는 모르겠으나 바람과 돌이 곳곳에서 다가온다. 도착하자마자 아내가 타보고 싶다고 고른 mini convertible s를 찾아 소박하게 나섰다. 첫인상은 너무 좋다. 비자림 때문이다. 천천히 산책을 하며 심호흡도 크게 하고 비림에 둘러싸인 요지를 이제야 찾았다는 마음에 느긋하게 걸었다. 내친김에 점심을 먹고 올레길 21코스도 걸어 보며 제주의 만남을 무리한 걸음으로 시작했다.
아직 여명이 밝지 않은 창밖을 보며 오늘의 여행에 대해 조금더 차분하게 여유롭게 대하자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처럼 급하다고 초조하다고 덥석 문다고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이 나이에 조금씩 알아간다. 모든 것이 순리대로 내가 적응하면서 하나씩 꺼내어 가는 것이 현명한 삶이란 것을 제주도 첫날 남겨본다.
그 섬에 바람이 부는이유 >
머리에 흰눈을 인채
바다 치마를 두르고
오름을 매만지며
육지를 올려본다
그것도 땅이냐고
드러누워 발이 나올까
건방스레 으쓱이며
섬을 내려본다
태고의 한몸뚱이가
갈라서고 생겨나
부러운 심술에
텃세를 부른다
바람이 세다
엉겁결에 끌어안았다
너도 따스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