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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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밤

원명호 2025. 1. 29. 08:08

눈 내린 섣달그믐밤 흐린 날씨와 어둠에 묻혀 신정을 지낸 우리로서는 시들하지만 그래도 섣달그믐밤 아닌가. 하루종일 집안에서 눈 내리는 바깥구경을 하다가 어두워지고서야 어슬렁 집 앞 대형마트로 마실을 나갔다.

 

부랴부랴 이제서 음식거리 챙기러 나온 사람들, ATM기 앞에 세뱃돈 준비하러 늘어선 사람들, 친지들과 저녁회식을 위해 술을 고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 도시의 섣달그믐은 이렇게 달구어지고 있다.

 

이제 조용히 돌아와 서재 의자에 파묻혀 눈을 감는다. 오후 내내 유튜브와 뉴스에 빼앗긴 헛됨에 후회가 일어나 모든 것을 덮고 어둑한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다. 아파트 공원 길목길목 가로등이 비치는 곳에는 눈길이 반짝대고 정성스러운 아빠가 놀아주는 흰 눈 놀이터의 분주함도 보인다. 한참을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문득, 며칠 전 읽었던 문장이 떠오른다.

'일은 삶이 아닙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하는 일로만 정의되지 않습니다.'

 

섣달그믐밤 화두로 껴안고 지새워야겠다. 

 

 

 

 

경계 >

 

밟아서 만든

눈길

 

마음보다 

눈과 손이가는 편함

 

Tv도 신문도 

밥상머리도 가르는 선

 

섣달 그믐밤

내일은 뭐가 달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