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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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어두워도 눈이 빛나는 이유

원명호 2024. 11. 29. 07:51

눈 내리는 밤 창 밖의 어둠은 잠시 물러났다. 이른 잠 설치고 하얗게 덮은 세상은 무거웠다. 찬바람에도 끝까지 버티며 희망을 품던 그 낙엽은 어떻게 되었을까? 흰 눈 속에 숨어 오랜만에 편안함 잠은 청했을까? 한창때 미리 낙엽의 사치를 누리지 못한 후회를 할까?

 

별안간 이란 말이 있다.

세상은 늘 그렇게 별안간이 주목받는다. 가을도 별안간 폭설로 사라졌다. 다음 바람에 멀리 날아 어느 책갈피로 들어가리라 꿈꿨었는데 대비하지 못했다. 

 

우리도 때를 놓쳐 급급할 때 그때야 정신이 바짝 들며 또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순간 별안간을 떠올린다. 그렇게 내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그제야 급해지지만 별안간을 찾아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앞세운다.

 

문틈사이에는 늘 별안간이 노려보고 있다. 그 개구쟁이 꼼수를 어떻게 당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에 충실하고 늘 최선으로 내일을 준비하며 산다면 시시해진 별안간은 찾지도 오지도 않을 것이다.  

 

준비하는 자만이 누릴수 있는 여유를 별안간은 싫어한다. 그리고 마음의 폭이 넓을수록 별안간은 도망간다.

밤은 어두워도 눈이 빛나는 이유다.

 

 

 

별안간 때문에 >

 

단풍을 달고

날리는 하늘에 입벌리며

머리에 앉은 흰 눈에 밤새 웃다

허리까지 올라탄 물먹은 눈에 

고꾸라졌다

 

놀란 경비아저씨 빗자루 들고

조심조심 할머니 '오매오매'

빨리 털어내란 소리다

 

달라붙은 눈은 울고

사진 찍던 아이도 운다

털어내지 말란 소리다

 

흰 눈에 덮인 세상

그들도 바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