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왔다. 10월 6일.
어디 멀리 다녀오면 꼭 하는 말 '내 집이 제일 좋다' 그 말이 절로 나온다.
공항에 도착하니 신기하게도 딱 맞춰 전화와 카톡이 온다. 홍사장, HPI사장 그리고 PT 트레이너의 다음 주 일정.
어제 귀국의 비행은 장장 15시간이나 걸렸다. 보통 미국에서 귀국할 때는 예정보다 1시간 정도 빠르던데 이번은 1시간이나 아니 1.5 시간 오히려 늦었다. 다리오금이 뻐근하며 붕 뜬 기분은 이번에 처음으로 느꼈다. 근질근질 갑갑하며 미적지근한 더위에 온갖 소음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덕분에 영화 3편이나 보았다. 그것도 눈물보를 터트리는 영화로 골랐다. 아니 고른 게 아니라 그냥 선택되었다. 어두워서 망정이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감동이 올라오면 울컥한다. 그리 깊은 내용은 아니지만 감정의 통을 건드리기엔 잔잔함이 있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영화에 몰두하였다. 그리고 갑자기 나의 브런치 글도 거창함 보다는 그런 잔잔함을 원한다는 생각이 났다. 여기서 왜 브런치 글이 떠올랐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묵혀둔 방학숙제처럼 늘 마음 한편을 가지고 살아서 그런가 보다. 즐거운 부담이다.
어쨌든 올 가을에는 브런치글을 발행하려 한다. 주제는 대략 모두 빠비 살면서도 지나고 보면 다들 다 하고 있지 않던가 그런 곡절의 공감 글을 쓰려고 한다. 이제는 내 시간이 왔다.
인천 공항에 도착하니 미주 여행객에게는 건강조사를 별도로 한다. 아마 그쪽에서 뭔가 발생했던 모양이다. 거기에다 사전 짐검사 꼬리표가 우리 가방 한 개에 붙어있다. 아니 이거 왜 이래? 가방 속에 넣은 빵 3개가 의심스러웠던 모양이다. 저녁 늦게 공항버스를 타고 집에왔다. 뒷자리 부부의 재잘거림에 예민해져 집에 온 아내는 쉬게 하고 여기저기 쑤셔 박은 물건들이 걱정이 되어 바로 천천히 짐을 다 풀며 정리를 마쳤다. 다행히 달라스 기념컵 한개 파손 외에는 모두 잘 모셔왔다.
속은 허전하고 그렇다고 뭔가 묵직한 것 먹기는 그렇고 이럴 때 한국 치킨이 제일이다. 집 앞 가게에서 아내와 시원한 맥주로 목을 적시며 다들 고마웠다고 가족 카톡을 올리고는 한 달간의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미련 >
더위가 등 떠밀어
짐짓 못본채 길을 나섰다
미국 방랑에도
귀는 집에 꽂혀있어
가을바람 와 있다고
긴팔 꺼내 입고 내렸더니
마중 나온 녀석이
더위였네
아직 안갔냐?
너도 나도 미련이
많이 남은가 보다
그러기에
그때 잘할걸
또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