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이렇게 즐거울 수가
아내와 함께 판교현대백화점을 간다. 지난달 아들이 맞춰놓은 양복이 다 되었다고 하여 찾으러 가는 길이다. 차를 몰고 가면서 문득, 어쩌다 아내와 이렇게 친해졌을까? 우리 원래 이런 사이 아니었잖아
생각지도 않은 질문이 갑자기 던져졌다.
정말 왜그럴까?, 무엇이 변했을까?
퇴직하고 집에 있으니 자연스레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 그러다 보니 편의상 아예 살림 분담을 했다. 음식차림은 아내가 설거지와 분리수거 담당은 내가. 그리고 나머지 일은 먼저본 사람이 하기로 했다. 자연스러워졌다. 또 나와 아내의 생활 시차가 다르다. 그래서 각자 별도의 방을 쓰면서 개인 영역을 지켜준 것도 있다. 또 심리적으로는 아이들이 모두 독립을 하고 나니 의지할 것이 이젠 둘뿐이라는 측은심도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그렇게 조금 친해진 아내와 판교로 가는길에 아내와의 두런두런 이야기하다 이달 말 벌초하러 고향 갈 때 혼자 가기 힘드니 사촌이랑 시간 맞춰보는 것이 어떠냐고 한다. 미소로 거절했다. 나는 혼자가야 맘이 편하다. 아내는 내가 잔정이 없다고 뭔가 사무적이고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생각에 거리를 두고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해 정 없이 오지랖을 너무 안 떤다는 것이다.
그랬다.
나이를 먹으면서 또 글을 쓰는 취미를 가지고 지내면서 친구들과 만나 몇해 우렸던 이야기 또 하며 술에 쩔어드는것 보다 이제는 혼자 글쓰며 사색하는것이 좋아졌다. 그땐 고독이 즐겁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모임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것을 즐긴다. 어쨌든 덕분에 내실이 튼튼해져 뭔가 뿌듯하게 꽉 차 오름이 있다. 이게 즐겁게 한다.
즐거운 고독으로 내공을 쌓아 새로운 일을 즐겁게 하려 하니 아내에게 걱정마라 했다.
고독의 노래 >
산에서 굴러
비바람 애태우며
강을타고 쪼갰더니
해가 품고 달이 식혀
민머리 다듬고
천년의 하늘에
오작교 눈물 맞고서야
태양에 맞섰다
고독은
그렇게 당당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