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비가 멈춘 틈에 후덕지근 습기품은 지열이 올라온다.
기억하든 안 하든 지금은 분명 장마의 시간이다.
만일 이때 우울한 기분을 가지고 있다면 꿉꿉함과 찰진 습기가 주는 고통으로 마음의 상처를 헤집고 있으리라 하지만 하는 일에 몰입을 한다던가 긍정적인 생각으로 생기가 돈다면 오히려 장마의 청량함에 스스로가 빠져들어 계절의 변화로 인생을 논하리라
그렇듯 바싹 마른 대지에 어쩌다 퍼붓는 시원한 빗소리로 삶의 활력을 촉진시키려 파전에 막걸리를 찾는 것처럼 종일 내리는 장마빗속에서도 청량함을 찾을 나름의 무언가를 꺼내어야 한다. 독서 삼매경이나 음악을 듣던지 아니면 강한 자극의 음식을 즐기던지 흠뻑 땀으로 젖는 운동을 하던지 몸의 세포 하나하나 곤두세워 마음의 우위를 점하는 정신을 세워야 한다.
나는 이럴 때일수록 지난 추억에 빠지는 것보다 앞으로의 좋은 상상으로 장마와 함께 몸과 마음을 세척하는 의식을 가지고자 한다. 더불어 강한 비와 번개와 천둥은 오히려 반갑다. 내면의 의식을 장단을 맞춰 저 깊은 곳에 침잠된 어두움을 뒤엎을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자연의 흐름은 변화가 본질이다. 고착되는 그 어떤 것도 세상에는 없다. 그러니 계절의 변화를 인정하고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기다리는 여유로 또 그 틈에 다음을 준비하는 현명함이 요즈음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한다.
세상사 마음먹기 나름이다.
내 탓 이로다 >
화가 많이 났나 봅니다
검은 구름 잔뜩 불러
한바탕 쏟아붓고는
돌아간 듯하더니
달라붙어 잠을 설치게 합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도
천둥만 불러 댑니다
묵묵히 길을 걷던 친구
너는 어떠냐고 물으니
시원한 빗소리에 잠도 잘 자고
천둥소리에 묵은 체증 내리게 해 줘
기분 좋은가 보더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