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에서 차분함으로, 불안함에서 편안함으로, 그리고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어차피 비는 내리고, 또 하늘은 오늘처럼 맑게 갤 것이니. '
엊그제 마음먹은 글귀다. 그렇게 약속한 대로 빡쎈 유산소의 아침 운동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김포로 향했다. 생각보다 멀다. 그런데 기네스에도 오른 대형 카페라던 '포지티브 스페이스 566' 입구는 막혀있고 주변이 한산하다.
잘 못 들어왔나?
월요일 쉬는 날인가?
무엇보다 뷰가 아쉬웠다. 나는 카페를 정할 때 주변 경관부터 확인하고 들어가는 사람인데, 이곳은 그뷰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대형 복합문화 센터 같은 분위기다. 커피와 빵을 들고 들어가 이리저리 체험하는 곳. 나와는 안 맞다. 아내도 고개를 가로젓는다. 기왕 김포까지 왔는데, 그럼 '자투라'로 가자며 바로 차를 돌려 나왔다.
한참을 철조망 건너 한강 줄기를 따라 내려가는데, 아내가 핸드폰을 뒤적이더니 '아보고가' 카페로 가자고 한다. '아보고가'?? 그래, 갑시다. 여유있게 바람 쐬러 나왔으니 생각 따라가면 될 일이다.
'아보고가'는 IF 디자인어워드 건축 부문 상을 수상한 건물이라 했다. 피라미드처럼 뽀죡하게 솟은 외관에 붉은 벽돌이 장엄한 운치를 더한다. 창 밖으로는 강변이 펼쳐진다.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 아, 빵 맛을 보고, 아, 건축을 보고, 아, 풍경을 보고, 그렇게 일상이 머무는가'라는 창작시에서 따왔다고 한다. 우리도 그렇게 '아보고가' 처럼 커피와 빵을 내려놓으며, 휘감기듯 의자에 마음까지 일상을 내려 놓았다.
손님이 없는 이층 창가, 적막함속에서 조용히 밖을 응시한다.
분명 울렁대는 마음은 복잡할 텐데 어찌 이리 담담할까, 시끄럽게 울려대는 대 폭락장 알림에 애써 모았던 이익들이 순식간에 날아가는걸 헛웃음으로 바라보면서도, 들끓어야 할 감정이 가만히 있다. 오히려 담담하다. 그렇게 삶이 성숙해 가는 모양이다. 다 덕분이다.
그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아내와 함께 삶의 중심을 잡고 걸어가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분당 '윤밀원' 족발을 사들고 집으로와 이른 저녁을 나누었다. 만족스럽다.
요즘처럼 장마 끝 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이렇게 몸과 마음을 닦는 정신줄을 붙잡고 있는한 어떤 외란이 닥쳐와도 끄떡없다. 산전수전 겪은 우리 가족 아니더냐, 그러니 지금을 즐길 충분한 자신이 있다.
다음 주에는 고향을 다녀오고, 그 다음주 나들이는 아내가 장소를 정하기로 했다. '산정호수'라 하는 것 같던데, 벌써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