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 원명호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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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떨어지는데 언제 셔터를 누를건가요?

원명호 2026. 4. 4. 08:06

토요일 아침 비가 내린다.
 
활짝 웃던 벚꽃이 문득 걱정된다. 창밖을 내려다보니 아직 환하게 버티고 있다. 다행이다. 이제 막 만개한 싱싱한 꽃들이라 그런지 힘이 느껴진다. 그래, 그 젊음이 좋다. 지치지 말고 봄바람을 타고 맘껏 흩날려 보아라.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그 시기, 그 순간만의 묘미가 있단다. 절대 놓치지 말아라. 아, 그리고 저기 비 맞고 뛰어가는 아이의 머리 위에 꽃잎 한점 얹어주렴. 집에 돌아가 그 만남의 인연을 발견하는 순간, 우주에서 보낸 작은 선물처럼 하루가 환해질지 누가 알겠는가. 
 
나도 내 깜냥만큼의 몫을 다하는 섬세한 길을 만들고 싶다.
 
크지도, 거창하지도 않다. 그저 내 깜냥 만으로도 매 순간의 과정에서 충분히 행복을 피워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지금 내 역할인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주변에 등 떠밀려 아니, 혼자 주눅이 들어 눈치를 보느라 큰 욕심과 거창한 계획만 흔들어 대며 시간을 흘러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있다. 그게 너의 깜냥이다. 때를 놓치지 말고 지금 이 인생이라는 축제에서 뽐을 내며 참여하자. 그러다 보면 또 길이 열린단다. 시간은 어김없이 배경을 바꾸며 우리를 앞으로 밀어낸다. 자 보라, 무너질 것 같고 끝인 줄 알았던 시절의 얼굴들도 지금은 웃으며 함께 호흡하고 있지 않은가, 비 오는 날에도 활짝 웃고 있는 벚꽃처럼 밀려가는 시간 속에서도 이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우리는 살아간다. 
 
내 깜냥만큼의 몫으로 이 순간을 지켜내는 벚꽃이 되자, 그 자체로 충분히 빛이 난다.
 
문득,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지는 꽃을 아쉬워하는 마음이 닮아 있음을 깨닫는다.
 
어제는 어머니 기일이었다. 동생과 함께 모시고 늦은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힘이 다할 때까지 일을 하며 이것저것 가꾸고 싶다는데 하지만 벚꽃은 또 지는데 언제 카메라 셔터 한번 받으려고 하는가, 나 역시 그 조바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마는.
 
찰나의 그 틈을 알아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