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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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결혼식 날

원명호 2025. 4. 28. 18:09

간밤에 바람이 불어 걱정했는데

거짓말처럼 화창한 햇살과 함께 향기를 품고 오는 잔잔한 바람이 이는 복 받은 날 

용인 시제 바이마리아정 뜰에서 딸 아이의 결혼식을 거행했다.

 

외갓집, 친가 친척분들 거의다 오셔서 축복해 주시고 스몰웨딩이라며 사양하여 참여를 미루었는데도 거의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행진도 하고 덕담도 하는 즐거운 파티를 빙자한 재미있는 결혼식을 올렸다. 별로 긴장도 되지 않았다. 딸에게 남겨준 덕담에서는 하고 싶은 것 때를 놓치지 말고 재미있게 즐기며 당당하게 살아라 말했다. 그게 사는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관심을 보여준 분들의 고마움은 절대 잊지 말아야 겠다. 큰 일을 치러 보니 내 삶을 뒤돌아 볼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내가 얼마나 잘난 체 했는지, 내가 얼마나 체면치레 했는지,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삶의 반성은 곧 새로운 출발이거늘 덕분에 나도 함께 새 출발한다.

 

 

 

- 축사 -

 

신부 원진아 아빠 원명호 입니다.

 

만물이 축복하는 이 좋은 날,

시제 바이마리아정 뜰에서 올리는 결혼식에 시간을 내어 축하를 해 주신 친지, 하객

여러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훌륭한 사위를 잘 키워 인연을 맺게 해 주시고

멀리 미국에서 직접 참석해 주신 사돈 내외분께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제가 예쁜 진아와 멋진 사위 앞에서 감사와 축복의 말을 하려니

너무 많은 생각과 감정이 넘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진아야

 

오랜 유학 생활을 하면서 너무 일찍 철이든 탓에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웃음으로

잘 이겨내 주어 고맙다.

또 그렇게 힘든 고비마다 아빠는 모른 척하며 고맙다고만 말했단다.

하지만 네가 얼마나 많은 아픔과 인내의 고통을 삼켰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구나.

 

언젠가 기특하게도 미국 생활에 잘 정착하고 있는 진아를 보고 아빠가

'어떻게 이렇게 잘 적응하니?' 하고 물었더니

네가 그랬다. '뻔뻔하면 돼!'.

 

그랬었구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그런 경험과 마음이 있었기에

이렇게 훌륭히 성장했고 주어진 삶에 적극적이고 당찬 진아가 되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오늘 진아와 유철이의 출발하는 새 인생의 삶은 더욱 잘 살 거라는 강한 믿음이 생겨 든든하단다.

둘이 서로 이해하며 사랑해라 그리고 같이 보듬고 아파했던 엄마와 오빠의 희생과 노력의 진심도 잊지 말아라.

 

진아에 대한 믿음이 충만하기에 이제 아빠는 내 고백을 하고자 한다.

 

사랑하는 진아야

 

아빠는 사실 글을 쓰고 싶었고 그림을 그리고 싶었단다.

엄마는 많은 호기심을 더 발산하고 싶어 했단다.

 

이것이 맑고 고운 오늘

섭섭함 보다 아쉬움이 더 커지는 이유다.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딸에게 뭘 더 애쓰라 하겠는가

하고 싶은 것 때를 놓치지 말고

재미있게 즐기며 당당하게 살아라

 

잘 살아준 딸의 믿음에

오늘 이렇게 큰소리쳐 보는구나.

 

나도, 엄마도 행복하고 여기 모든 하객들도 행복해한다.

진아, 유철이 너희들도 행복해라.

 

감사합니다.

 

2025426

 

시제 바이마리아정 뜰에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