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곳이 일상이다
바람이 두드리는 새벽 일찍 일어나 부산을 떨고 있다.
오늘 아버님 생신이라 고향에 내려가려는 참이다.
그제부터 아내가 갑자기 몸살감기가 와서 목소리도 잘 안 나오고 힘들어하기에 어제는 코로나 검사도 하고 영양주사도 맞았다. 그 와중에 아내가 아버님께 드리겠다고 약밥을 한다고 재료를 챙기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생밤이 없다고 해 사러 나갔더니 웬걸 지금은 생밤이 안 나와 없단다. 대형 마켓에도 없고 동네 마트에도 없고 돌고 돌다 겨우 식자재마트에 가서 사다 주니 이번에는 흑설탕 노랑설탕이 필요하단다. 한꺼번에 말을 하지... 당연 또 나간다. 약밥을 하는 동안 한참 부산을 떨며 설거지까지 도와주다 보니 밤이 늦었다.
작년 구순을 넘기신 아버님의 생신은 남다르다.
아직 정정하시긴 하시지만 눈이 많이 나빠져서 이동도 집안 둘레만 걸어 다니시니 심적으로 매우 답답하실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매월 찾아뵙고 그때마다 같이 나가 맛난 것 드시는데 그중 고향음식인 섭국과 두부부침이 함께 나오는 '옛뜰'이라는 식당에서 만족스러워하셨기에 생신에 다시 그 집을 가려고 한다.
사는 것도 일이다. 그러기에 건강을 잘 유지하며 적당한 취미를 많이 챙겨 놓아야 한다. 하지만 어디 말처럼 쉬울까 그저 일상생활을 취미로 연계해야 한다. 요즘 잘 나가는 글로벌 회사는 직원들의 워라밸을 위해 직장이 취미생활의 터전으로 삶의 연장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기존의 모든 제약을 없애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편하게 일하게 한다고 했다.
책을 읽든, 일을하든, 운동을 하든, 혼자 있든, 모임을 나가든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지금 그곳이 일상이고 삶이다. 이제는 특별한 곳을 찾아 나서거나 삶을 인내할 필요가 없다.
지금 어디에 있든 그 곳에서 놀고 즐겨라
삶이 그렇다 한다

어리석은 삶 >
노을이 감싸안은
호수 건너 뾰족한 집
그곳에 가면 편히 쉴 것 같아
하던 일 내 팽개치고
내달렸다
바람에 뒹구는 요란
호수에서 날아온 적막
휑한 마음에
내가 있던 그곳이
그리워진다
기쁨도 슬픔도 잠깐이라
지금 내가 하는 것이 최고요
있는 곳이 천국이다
방황하는 자여
천국은 지금 네가 서있는
그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