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하루
새벽은 일찍 시작되었다. 늘 그렇듯 브런치를 훑어보다가 아직 어두운 창밖과 눈이 만났다. 갑자기 비 온 뒤 깨끗함 속을 걷고 싶었다. 그것도 다른 날과 달리 여유롭게 천천히 걷고 싶었다. 벌써 몸이 움직여 호흡을 하고 있고 잘 자란 나무들과 황톳길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둘레길을 호흡에 집중하며 마음을 붙들고 한 시간여 조용히 걸었다. 묵직한 내면이 뿌듯하게 올라온다.
다시 펼친 노트북 브런치에서 자주 글을 접하던 '알레'작가의 '내 글이 틈에 소개되었다'라는 글이 눈에 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아이 키우며 진솔한 감정을 다듬던 작가의 글이 언제부턴가 점점 세련되고 깊이까지 깊어져 갔다.
오호라~ 글도 이렇게 발전해 나가는구나 오래 지켜보니 그것을 느끼게 되었다. 진심의 축하의 답글을 올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지금 정체되어 망설이고 있는 나의 브런치 활동. 너무 크게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왜 티스토리 일기글처럼 자유롭게 쓰지를 못하는지 '알레' 작가의 글을 보며 배운다.
너무 장황해서 그런 것 같다. 너무 많이 담으려 해서 그런 것 같다. 간단한 사실에서 감동과 주제를 전달하면 되는데 차분해 지자. 그리고 브런치에 들어 설때는 너무 갈등하지 말고 명상하듯 세밀하게 한 꼭지에만 매달리자
새벽 시작이 이러하니 오전의 부지런함도 차분해지고 모든 것이 정적으로 느리게 움직였다. 기왕에 여유로운 것 습관의 루틴도 잊고 몸을 따라 행동했다. 약을 타러 병원도 다녀오고 주변 정리도 하고 마음에 걸렸던 일들이 하나씩 없어진다. 오후는 PT부터 시작한다 아직 본격적인 운동이 아니고 몸풀기와 자세교정 훈련을 하고 있기에 이 또한 여유롭었다. 그리고 아들이 들어오는 길에 부탁받은 물건 전해줄 겸 삶의 소용돌이 속에 어쩌다 만남의 공백기가 길었던 지인네를 만나 차 한잔 마시며 세월을 이어 붙였다.
살다 보니 >
무작정 걷고 있다
트랙을 돌듯
언덕을 건너듯
언젠가 기억 언저리 그곳
강물도 만져보고
따스한 햇살도 한아름 안고
처음 가는 낯선 길
가본 듯 알듯 하다
삶은 뫼비우스 띠에 올라탔다
기억은 늘 그곳인데
스쳐 지난 사람만
낯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