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묵묵히 따라 가보자
'내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또 내 주변에서 존경할만한 사람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삶에는 정도에 가까운 진실이라는 게 있는 듯하다. 그 진실이란, 간절한 만큼 애쓰고, 그렇게 시간과 마음을 다하여 노력한 끝에야, 우리는 숙달이라는 것에 이르고 그러고 나서 이제는 1인분 하는 인간에 이르게 되는 점이다.' - 정지우 작가 글에서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면 불쑥불쑥 온라인 게임을 하듯 난데없는 곳에와 있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은 이상한 일을 하기도 하며, 남들을 쫓아다니기도 하고 이제는 글을 쓰겠다고 하는 맥락 없는 단막극으로 우왕좌왕하며 살아온 것 같다. 그렇다고 아주 별나게 군것도 아닌 것을 보면 몸속의 DNA가 자제시킨 것도 있으리라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이렇게 살아온 걸까?
지담 작가의 말에 의하면 '그래서 어쩌라고 그냥 그런 길을 그렇게 가는 거다'라고 덤덤히 말하지만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기에 그러하실 것이다. 그랬다 그것은 믿고 묵묵히 가는 것이라 했다. 목표가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실망스럽게도 아직 지나온 길을 엮어내질 못했다. 무엇 때문에 휩쓸려 달려온 것인지 가슴속에 숨겨진 주체를 아직 찾아내질 못했다. 분명 향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다행인 것은 몇 해 전부터 나를 기록하고 되돌아보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쌓아가는 나의 길을 걷고는 있다. 어디로 향할 것인지 모르지만 답답한 몸이 먼저 앞장서고 있다.
나도 그냥 믿고 묵묵히 따라가 보자 멀지 않아 분명 저 모퉁이를 돌면 보일 것 같다.
아내가 왔다.
붐비는 공항 어제 마중나온 인파는 더 심했다. 야들야들 정이 살갑다
걸어가다 보면 >
좀비가 되어
몸이 이끌어 나간다
그동안 축적된 내공을 믿고
내버려 두었다
어디로 가는 걸까?
생각하면 의식하면
노력이라 했다
묵묵히 따라가면
루틴이 된다
혹시
저모퉁이를 돌면
알게 될까?
조금 더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