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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를 외친날

원명호 2024. 3. 6. 05:50

비가 올 것이라는 오전 예보를 듣고 나니 하늘이 더욱 찌푸려 보인다. 진작에 일어난 몸은 한참을 기다려 가벼운 체조를 하고는 일상의 루틴으로 청소기를 돌리며 창문을 열어 놨는데 한참을 잊고 있었다. 그만큼 기온이 올라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조금 가벼워 보이는 날이다.
 
오전 시간은 짧다. 재활용 버리는 날이라 이리저리 버릴 것을 모아놓고는 기다리는데 아내가 동네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칼국수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찌뿌둥한 날씨에 얼큰 칼국수가 제격이다. 아이패드를 챙겨 들고 커피숍으로 간다. 이상하게도 커피숍에만 오면 책을 읽던 글을 쓰던 집중도 잘되고 능률이 올라서 좋다. 작은 주변의 변화가 마음까지 다스려주는 신기함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가끔은 서재의 환경을 바꿔줘야 하는 이유이고 4월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책 한 권을 마저 다 읽고 아내가 네이버를 보며 추천한 정남에 있는 '백세칼돈집'에 갔다. 점심시간이 지난 터라 손님이 많지 않아 좋다. 장칼국수에 돈가스가 함께 나오는 세트를 시켜 아주 훌륭한 점심을 가졌다. 만족스럽다. 돌아와 미뤄두었던 버릴 짐들을 정리하는데 별안간 골프스윙이 떠올랐다. 어딘가 막힌 듯 뭔가 고장 난 듯한 몸의 회전에 유레카를 외치며 뭔가 갑자기 떠오른 것이다. 왜 그러지?  바로 연습장으로 달려갔다. 근 3주 만에 온 것 같다. 이리저리 적응하다. 최고의 감각을 느꼈다. 스윙도 편하고 거리도 충분하다. 별일이다. 이건영전무가 스크린 하던 날 마인드컨트롤로도 충분히 스윙을 만들 수 있다고 하더니 정말인가 보다. 기분 좋은 하루였다. 
 
오늘은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를 모시는 날이다. 나는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한 번도 뵌 적이 없다. 하지만 할머니는 애틋하다. 하얀 백지처럼, 물처럼 맑게 세상에 순응하시며 사셨던 우리 할머니가 생각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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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세우면 
가벼운 경음악에
날이 선 목청의 담금이
어지러운데
 
글을 펼치면
흰 눈에 파묻혀
책 넘기는 소리만 
한가하다
 
마음으로 보고
눈으로 듣는
요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