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숨가쁘게 달려왔다
요즈음 잘 먹고 잘 살고는 있는 것 같은데 실속은 없다. 본새 좋게 허공에 매달려 손짓하고 있는 모양새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차근차근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평안하게 누리고만 있다. 언제까지? 살짝 불안도 찾아온다. 사실 글쓰기에 취미를 갖고 브런치작가가 되어 글을 쓴다는 것은 혼자서도 잘 놀 거리를 확보한 것이다. 삶의 기본은 마련했다. 여기에 지속적인 얕은 경제적 활동 하나를 얹어 가면 된다.
존 스튜어트 밀도 행복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자신의 행복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지 않는 것이고 행복이 아닌 다른 어떤 것, 즉 그 자체를 목적으로 추구하는 예술이나 연구에 자신의 정신을 집중하는 사람만이 행복하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원래 4월 미국 가기로 했다가 아내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4월 초는 새집 인테리어를 마치고 이사를 한끝이라 마무리도 해야 한다는 핑계로 잠시 20여 일 홀로 있는 시간을 가져 보려 한다. 내심 조용히 나를 정돈시키고 싶다. 일신의 변화를 겪으면서 7개월을 너무 숨 가쁘게 내달려 온 것이다. 한번 뒤돌아 인디언 영혼을 기다리려 한다.
'인디언들은 넓은 광야에서 말을 타고 열심히 달리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말에서 내려 자기가 달려온 뒤쪽을 말없이 바라보면서 한참을 서있다고 한다. 말이 너무 힘들어할까 봐 쉬는 것도, 물론 자기가 너무 지쳐서도 아니란다. 너무 빨리 달려와 자신의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할까 봐 한참을 서서 자기가 달려온 그 길을 바라보며 자신의 영혼을 기다리는 것이다 한다'
차분히 3월까지 주변의 모든 일을 마무리 하자. 그리고 4월부터는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 백화점에 들러 그동안 망설이던 노트북도 새로 구입했다. 이제 최신 노트북과 아이패드로 무장했다. 완벽하다.
뒤돌아 보는 시간 >
한 살 덜먹고
태양과 맞짱떠 숨바꼭질할 때
울타리를 넘어
낙엽 소리 밟으며
흰 눈의 침묵으로 내 달렸다
시간의 탈주는
이정표도 잊은 채
망각의 터널을 지나간다
하얀 기억은
노트북에 자리 잡고
벽장의 책들은
아이패드로 들어갔다
한 살 더 먹고
깨끗해진 책상 앞에
손가락 꺾으며 뒤돌아 본다
이번엔 시간도 함께 가자
혼란스러운 영혼도 잠시 기다려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