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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덮힌 고향

원명호 2024. 2. 7. 06:27

고향을 다녀왔다. 새벽부터 아내와 서두르며 준비하였다. 가져다 드리리 떡이며 음식을 준비하고 또 가는 길에 장모님 모신 공원에도 들려야 해서 서두른 것이다. 

 

아직 어둑한 새벽, 모두의 마음같이 출근길에 함께 휩쓸려 복잡한 고속도로에 올랐다. 간밤에 내린 비의 잔해물이 흑탕물로 변해 차창을 더럽히고 아직 가시지 않은 어둠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다 진눈깨비까지 흩날리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조심조심 대관령을 넘어서자 눈꽃들의 장관이 펼쳐진다. 멀리 아래로 내려보면 하얀 융단의 물결이고 하나씩 자세히 보면 나뭇가지 위에 올라탄 눈들의 왕관을 두르고 휘영청 한겨울의 멋을 뽐내고 있다. 

 

장모님을 모신 청솔공원도 눈으로 덮여있어 어디가 어딘지 구별을 못하여 헤매는데 마침 관리인이 눈삽을 들고 와 도와주셔서 다행히 인사를 드렸다. 고향집에도 눈이 쌓여있어 도착하자마자 마당의 눈을 치웠다. 그리고  '옛뜰'이라는 식당으로 가서 섭국과 두부부침으로 맛난 점심을 먹었다. 아버님도 잘 드시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즐거운 시간을 나누다 집으로 올라오는 길의 운전은 너무 힘이 들어 도착하자마자 사우나부터 찾았다.

 

 

 

 

겨울 아이 >

 

흰 눈은 이불을 덮었다

간밤에 오줌 싼 아이

어깨에 바지 입고 달아나고

손이 바쁜 엄마 목청에 

쾍쾍 굴뚝이 아침을 달군다

 

장날을 기다리신 할아버지 

사랑방 문을 부여잡고 메마른 헛기침에

아침은 조용해졌다

 

햇살 담은 겨울이 처마 끝에 눈치를 내리자

하얀 들판 강아지와 뒹굴다 부지깽이에 쫓겨온 심술은

거꾸로 쳐다보는 겨울이 얄미워

까치발로 휘적대고

 

신이 난 강아지에 외양간 송아지 튀어나오니 

와르르 지붕 위 눈이 쓸려내려

아이는 서러운 울음이 터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