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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라 시면,

원명호 2023. 8. 24. 06:28

새벽 4시 눈을 뜨니 비가 내릴 확률 80%라고 예보한다. 밖은 고요한데 산책을 나갈까 망설이다. 책상 앞에 앉았다. 대신 트와이닝 차이 티를 우려내고 아침에 좋다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펼쳤는데 생각이 자유롭게 도망 다닌다. 저도 풀어지고 싶은 모양이다.
 
맘껏 사색의 나래를 펴며 여유로움을 느끼다 보니 요즈음 적응된 조용한 삶에 무언가 얹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찻물을 바꾸고 비스듬히 기대어 어두운 창밖을 멍하고 있는데 갑자기 몇일전 적어둔 글귀가 생각이 났다. 그동안 도전적인 인상과 별로 진지해 보이지 않는 가벼운 언행으로 그리 와닿지 않던 유시민 작가의 글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동하여 나의 마음을 일러주는 후반기 인생의 지표의 글로 적어둔 것이다
 
'나는 열정있는 삶을 원한다. 마음이 설레이는 일을 하고 싶다. 자유롭게 그리고 떳떳하게 살고 싶다. 인생이라는 짧은 여정의 마지막 여정까지, 그렇게 철이 덜 난 그대로 걸어가고 싶다. 내 삶에 단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싶다. 그렇게 사는 게 나다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내가 좋다, 자유로움과 열정, 설렘과 기쁨이 없다면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유시민
 
이 말을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있다.
 
아직 젊은 모양이다. 노자의 글 속인소소(俗人昭昭) 어독혼혼(我獨昏昏)은 좀 더 깊은 곳에 내려놓았다.
 
속인소소(俗人昭昭) 어독혼혼(我獨昏昏)
남들에게 어리숙해 보여도 나답게 사는 게 최고다 -노자
 

shutter stock

 
오늘 아침 >
 
비가 내린다 해서
80% 예보라
새벽 산책을 멈췄더니
 
맴돌고 있을 바람과
간지르는 숲 숨소리
엎드린 길고양이 눈이
 
여태
안오는 비를
흠뻑 맞는 상상만 했다
 
우산 들고 나설걸
후회가
우리네 인생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