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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봐라 내 말이 맞지?

원명호 2023. 5. 26. 07:51

HUMAN KIND(휴먼 카인드) 책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그동안 그저 묵묵히 목청 큰 사람들이 진리라고 외치는 소리를 쫓으며 때때로 찾아오는 세월의 어둠도 운 좋게 피해 살다 보니 그들이 세워둔 높다란 다락방에 까지 올라 그 조그만 창으로 하늘을 보며 평안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가끔씩 꿈틀대는 뜻 모를 울분을 삭이느라 애를 먹기도 했었는데  ‘Human kind (휴먼카인드)’책을 만나고서 그 이유가 감추어둔 본성의 억눌림임을 알게 되었다. 이제야 당당히  천장의 창틀을 뜯고 올라서 은하수의 광대한 밤하늘을 마주 보며 서게 되었다.

 

‘HUMAN KIND’ 책을 읽고 >

페이지를 넘기며 
독백을 한다

'그것 봐라
내 말이 맞지?'

뜻 모를 울분이
토해지니

속이 후련하다

 


HUMAN KIND (휴먼카인드) :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출간한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조현욱 옮김)의 두툼한 책을 받아 들고는 얕은 한숨이 흘렀다. 평소 단문의 에세이를 좋아하던 사람이라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에 성급한 나의 무의식이 먼저 나선 것이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펼쳐 들었다.

 

'인간에게 자신의 현재 모습이 어떠한지 알려준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될 것이다. 
- 안톤 체호프'

 

첫 장에서부터 감지되는 인간본성에 대한 호기심이 흥분을 일으키더니 글을 읽는 내내 마치 영화를 보듯 사건에 반전을 더하며 몰입시켜 깨우치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였다.

 

그중 '접촉'이란 부분에서는 소름이 끼쳤다. 경쟁 속에서 나의 착함이, 소심함이 나만의 핸디캡으로 숨겨야 하는 세상으로 알았는데 그들도 모두 그렇게 행동을 해오고 있었다니 놀랍고 완전 탈피가 되는 감동이다.

 

접촉이라는 장에서 실 예로 멕시코 국경과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장벽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많고 또 전쟁에서는 전선과 멀수록 적에 대한 증오가 커진다고 했다. 반면 그들과 서로 접촉을 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는 근본적인 휴먼카인드의 작동이 나를 번쩍 깨우치고 있다. 

 

피상적인 사건의 한 예를 강한 부정만 몰아 확대 잇슈화 시켜가는 뉴스나 소셜미디어의 처절한 경쟁에 늘 피곤함과 역겨움을 느끼고 있던 터라 책에서 처럼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언론, 신문, SNS, 트위터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 했다. 마치 독일의 한마을에서 시행한 루돌프 추모 행진을 자선 걷기로 바꾼 것처럼 황당과 혼란의 역설을 기대해 본다.

 

 


그것 봐라 내 말이 맞지? 

이제 증명이 되어 속이 시원하지? 

 

책을 읽는 내내 인간본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옴니버스의 에세이처럼 재미있게 사례를 연이어 가며 '인간은 연대와 상호작용을 갈망하는 존재로 우리에게는 서로가 있다'라는 말을 놓치지 않고 마치 옆에서 조곤조곤 '그것 봐라' 하며 설명하듯 풀어가기에 술술 읽히더니 마침내 책을 덮자 그제야 묵직한 깨닫음이 내려앉았다. 

 

저자는 마치 그 마음을 이미 알고 있듯이 배려의 마음은 그 묵직함을 에필로그로 한번 더 10가지로 압축 정리를 해주는 친절을 베풀어 준다.

 

1. 의심이 드는 경우 최선을 상정하라

2. 윈-윈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생각하라

3. 더 많은 질문을 제기하라

4. 공감을 누그러뜨리고 연민을 훈련하라

5.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6. 다른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당신 역시 스스로 가진 것을 사랑하라

7. 뉴스를 멀리하라

8. 나치에 펀치를 날리지 말라

9. 벽장에서 나오라: 선행을 부끄러워 말라

10. 현실주의자가 돼라

 

(밑줄 그은 것은 특별히 내가 마음에 새기려 그은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은 우리가 어릴 적부터 마음속에 품고 지내고 오고 있었지만 치열한 삶의 경쟁 속에 그리고 큰 목소리에 눌려 감추어 두었던 '착한 인간의 본성'을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게 해 주어 감사하다.

 

정재승 교수는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세상이 달리 보이는'경험을 했다는데 

지금 나도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숨어있던 뜻 모를 울분이 토해지니 속이 후련하다. 

 

* 이 글은 나의 브런치스토리(롱혼)에도 함께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