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박이추 커피 본관
바쁜 주말을 보냈다.
토요일 오후에는 미국에서 완전히 귀국하는 세진네를 맞으러 인천공항으로 나갔다. 예상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지만 바깥거리는 차들로 꽉 막혔다. 왜 이러지? 당황은 바빠진 마음만 재촉하며 조금 전 느긋함을 후회하고 있다.
시간을 조금지나 겨우 도착한 공항은 추운 날씨에도 여전히 붐볐다. 그 틈을 비집고 낯익은 부부를 만났다.
반가움에 덥썩 건강하게 귀국함을 축하했다.
세진네가 누군가. 우리 가족이 처음 미국으로 유학을 갈 때 또 그 이후 사는 곳은 멀찍이 떨어져 있어도 물씬 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가족 같은 사람들로 비록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나이가 들자 현지 삶을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앞으로 그들과 함께할 일들이 많을 것 같다.
인사를 마치자 그제야 그들이 끌고온 카트가 눈에 들어왔다. 가득 쌓인 가방들, 이거 어쩌지 일단 해보자. 트렁크를 밀어젖히고 구석부터 밀어 넣고 뒷자리까지 쌓으니 다행히 들어간다. 오래간만에 링컨차량이 대단한 일을 했다.
일요일은 내친김에 기분좋게 강릉집에 까지 데려다주고 시차에 피곤해하는 그들을 목요일 다시 보기로 하고는 돌아서는데 여기가 어딘가 커피의 고장 강릉 아니던가. 마침 집에 원두도 떨어졌기에 아내와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숍에 원두를 사러 갔다. 박이추 커피 본점이라는 곳은 좁고 낡아 보였지만 계단까지 대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 명성이 새롭게 보였다. 마침 들어선 매장에는 박이추 장인이 직접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운이 좋았다.
" 커피 내리는 기술이 다가 아니다. 각박하게 살면 커피가 맛이 없다. 여행도 하고 책도 가까이 하면서 커피를 즐기시라. 커피를 음미할 여유가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 박이추
그러고 보니 우리도 다음주면 미국 시애틀로 간다. 아직 일정을 세우지 못한 부분을 얼른 마무리해야겠다. 그리고 딸내미 결혼식 전자 청첩장이 완성되었다고 보내져 왔다. 이제 가까운 친척과 지인들께 돌리면 되는데 3월 말쯤이나 되면 해야겠다. 청첩장을 받아들이다 보니 조금 낯설다.
박이추 커피본관 >
좁은 계단 의자 삼아
버티는 눈동자를
뒤로하고 문을 연다
향긋한 내음
눈감은 잔 미소의 얼굴
허리굽혀 커피를 내리는 백발
조용한듯 바쁜 손길
떨리는 잔은 멀미한다
아 ~
단순함에
진지함에
근엄함에
박이추 커피본관이 좋다